본문 바로가기
  • 여행, 온전히 낯선 상황과 마주하는 것
여행이 좋다/중국_장가계

[여행]1.대협곡/보봉호수_중국장가계

by Conatus_bori 2020. 11. 23.

2013년 9월 중순, 한여름의 기운이 채 가시기도 전이었다. 그 해는 연차를 상.하반기로 나눠 가까운 나라를 여행하기로 계획했기에 상반기(3월)는 말레이시아를, 하반기(9월)에는 중국을 다녀왔다

 

장가계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2009년 개봉영화 '아바타' 였다. 당시 워낙 흥미롭게 봤던터라 영화배경의 모티브가 된 곳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단, 하나 걸렸던 건 자유여행이 어려워 패키지여행으로 가야했다는 것.

여행을 포기할 정도의 문제는 아니었기에 (사실 패키지여행이 편하긴 하니까) 나는 떠났다.

 

장가계까지는 약 8시간 가량 걸렸다. (인천국제공항 -> 장사공항까지 3시간 20분, 장사에서 장가계까지 약 4시간 30분)

 

장가계는 중국 후난성 북서부에 있는 도시로  4억 년 전에는 바다였으나 지구의 지각 운동으로 인해 육지로 솟아올랐다고 한다. 천문산, 무릉원, 원가계, 양가계 등이 수려한 경치로 유명하며유네스코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1년 365일 중 200일 이상이 안개가 끼거나 눈 또는 비가 내린다고 한다. 내가 방문한 당시에도 일정의 반이상이 비 또는 흐린날씨였다

 

이른 아침 인원체크 (매일 아침 패키지여행일정의 시작 신호이다) 후 대협곡과 보봉호수를 보기위해 이동했다. 대협곡 입구부터 아침 안개가 짙게 깔려있었다. 새빨간색의 푯말과 어우러져 살짝 음산함을 뿜어내고 있었다. 날은 아직 더운데 습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땀 흘릴 각오를 해야했다. 

입구를 들어서면 그저 평범한 산길을 산책하듯이 걸어갔다. 하지만 어느 순간 고꾸라질 듯한 가파른 급경사 계단이 나타났다. 계단 폭이 넓지 않았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는 순간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해 비옷을 입었다. 계단이 미끄러워졌다. 공포심에 흐르는 식은땀인지 공기하나 통하지 않는 비옷때문에 더워서인지 모를 땀이 비오듯이 흐르기 시작했다. 대협곡의 장대한 광경을 감탄할 새도 없었다. 어디 다친곳 없이 계단을 잘 내려왔다는 안도감이 들때쯤되면 그때서야 정신이 들었다.

땀으로 머리까지 감은 걸 느낄때쯤 대리석인지 시멘트인지 확실하지 않은 재료로 미끄럼틀 길을 만든 게 보였다. 사람들이 줄지어 앉아 마치 놀이터에서 미끄럼틀 타듯이 내려가고 있었다. 빠른 시간에 힘들이지 않고 내려갈 수 있겠다 싶었다. 바지가 상하지 않도록 엉덩이에 댈 수 있는 담요와 면장갑을 한켤레씩 나눠주었다. 이게 뭔가 싶었는데 아이가 된마냥 신나게 타고 내려왔다.

 

다시 걸음을 옮기면 거대한 절벽 바위틈에서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 산책 길 양옆으로 푸르게 우거진 나무들,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물, 보봉호에 구멍을 뚫어 만든 인공폭포 등 이곳저곳 숨어있는 다양한 대협곡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보봉호수는 대협곡을 본격 오르기 전, 유람선을 타고 돌아보았는데 이 곳은 댐을 이용해 물을 막아 만든 인공호수이다.

길이는 2.5수심은 72m라고 한다양옆으로 보이는 기이한 봉우리들과 물위에 떠있는 아주 작은 섬, 그 섬위에 자라있는 한그루 나무 등이 자욱하게 피어오른 물안개에 싸여 있는 모습이 마치 한폭의 수묵화처럼 보였다. 그 모습에 한참을 빠져있다 보면 어딘가에서 얇은 노래소리가 들린다. 관광객들을 위한 이벤트라고 한다. 노랫가락과 보봉호수의 장면이 묘하게 잘 어울렸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