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산은 중국발음으로는 '톈먼산'이다. '장가계의 혼'이라고도 불린다는 천문산은 장가계 시내에서 8킬로 떨어져 있으며 높이는 해발 1,518m이다. 해발 1,300m지점까지 7.5km 길이의 세계에서 제일 긴 케이블카가 연결되어 있다. 약 30분정도 케이블카를 타면서 천문산 전체를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 아래는 널리 펼쳐진 푸르름과 산을 감싸고 나있는 고불고불한 길이, 올려다보면 낮게 걸려있던 구름 사이로 살짝살짝 얼굴을 비추는 산정상이 보였다. 산 중턱쯤 보이는 날카롭게 깎여있는 절벽의 모습들은 천문산의 위용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천문동 (높이 137m, 너비57m 로 뚫린 거대한 구멍으로 자연적으로 무너져 생긴 것이라고 한다.) 까지는 총 999개 계단을 올라야 다다를 수 있다. 당시엔 너무도 짙게 깔린 구름과 비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당연히 볼 수 있겠지란 생각은 자연앞에서 힘없이 무너졌다. 하늘로 통하는 문이 라는데 그리 쉬울리가 없겠지.
안타깝지만 천문동은 그냥 인터넷에서 찾아본 사진들로 만족해야 했다.
가이드는 아쉬워하는 우리를 천문산사에 데려다 줄 리프트로 안내했다. 천문산사, 귀곡잔도, 유리잔도를 돌아 볼 참이었다. 잔도는 사다리 도로라고 하는데 건설할 당시 500여명이 사망하기도 했다고 한다. 리프트는 다소 낡아 있었다. 짙은 구름때문에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는데 재미와 함께 긴장감도 돌았다. 어쩌면 앞이 보이지 않아 덜 무서웠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천문산사는 청나라 당시 스타일로 지어진 건물이라고 한다. 진하게 뿜어져 나오는 향냄새로 그곳이 산사임을 알게했다.
전체 풍경은 구름에 가려져 볼 수 없었고 각 건물별로 가까이 다가가야지만 겨우 그 윤곽이 보였다. 답답하기도 하고 마치 꿈속을 거니는 듯 하기도 했다. 난 하루지만 이곳은 얼마나 오랫동안 구름 속에 갇혀 지낼까.
귀곡잔도는 해발 1,400미터의 절벽에 위치해 있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길이 1.6km 잔도를 걸으면서 (40분정도 걸림) 산의 풍경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잔도 밑을 내려다 보면 아득한 낭떠리지라고 한다. 나는 가득했던 구름때문에 다행히도 (?) 예상했던 아찔함은 느끼지 못했다. 대신 절벽에 길을 만들었던 사람들의 노고와 희생에 새삼 감사했다.
유리잔도는 약 60m길이의 투명한 통유리 바닥길이다. 유리 스크레치를 방지하기 위해 천으로 신발을 감쌌다. 구름으로 가득찬 낭떠러지 모습이었지만 한 발 내딛기가 망설여졌다. 큰 용기를 내어 막상 유리위에 두발을 올려놓으면 깨지지 않을거란 확신이 들면서 행동은 조금씩 과감해졌다. 유리너머의 낭떠러지를 찬찬히 들여다 보기도하고 그 위에서있는 내발이 대견해 사진을 남기기도 하고 아예 유리위로 누워 (두려움 극복)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게 뭐라고 이 길을 걷고 나면 뭔가 해냈다라는 마음이 드는 건 뭘까.
패키지여행의 특징은 일정 중 뭔가 공연같은 걸 본다는 것. 이번에도 비껴가지 않았다. 일정 중 천문산쇼 관람이 있었다.
주제는 '인간세상의 사랑을 갈망하는 여우의 이야기' 로 뮤지컬 형식을 띈 공연이다. 1회 공연 (90분) 에 2,800명 가량을 수용할 수 있는 초대형 노천공연장에서 펼쳐진다. 천문산 관광지를 무대로 삼아 펼쳐지는 뮤지컬 공연이라니... 상상할 수 없는 기대감을 안고 자리에 앉아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백명이상 되어보이는 출연진들이 똑같은 옷을 입은 채 한쪽 무대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자리를 잡으면 조명이 비춰지며 공연이 시작되었다. 하나 둘씩 켜지는 원색의 조명들 사이로 흐르는 노래소리와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나레이션 (자막에 한국어도 보인다) 반대쪽 무대에서는 몇 백명의 또다른 출연진이 무대에 올라 다음 신을 준비하고 있었다. 다 세보지는 않았지만 출연진만 해도 몇 천명은 되어보였다. 공연 절정은 산과 산사이에 긴 장치를 이용해 연결시켜 두 주인공이 만나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었다. 공연의 내용, 완성도 등은 잘 모르겠지만 그들의 공연 스케일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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