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홍콩은, 그로부터 약 7년 전 친구와 패키지여행으로 다녀온 후 출장 차 다녀온 두 번째 방문이었다. 첫 홍콩 여행 기억은 이미 희미해져 2018년 당시에 마치 처음 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업무는 이틀 안에 끝내기로 하고 나머지 3일은 여행으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인천에서 비행기로 4시간이 채 안 되는 시간을 날아 홍콩 서부 란타우 섬에 위치한 첵랍콕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깔끔하고 세련된 공항은 하나의 큰 갤러리처럼 꾸며놓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홍콩은 크게 구룡반도, 홍콩섬 그리고 란타우섬 이렇게 3 지역으로 나뉘는데 여행자들이 주로 찾는 곳은 침사추이가 있는 구룡반도 남쪽과 센트럴, 스텐리 베이 등이 있는 홍콩섬이다.
우리의 업무 일정이 홍콩섬 북부 쪽 완차이 지역이었기에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갔다. 홍콩 하면 떠오르는 2층 버스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버스에 올라 2층 맨 앞자리에 앉으니 홍콩에 온 것이 실감 났다. 거대하고 길게 연결된 다리를 건너고 복잡한 시내를 통과해 홍콩섬 숙소에 도착했다.
침사추이 심포니 오브 라이트 (Symphony of light)
업무 일정을 마치고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침사추이였다. 당연히 심포니 오브 라이트를 보기 위해서 였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들어 선 지하철역은 우리나라 역과 너무 흡사해 살짝 놀래기도 했다.
오랜만에 찾은 침사추이는 저녁시간 때여서 인지 처음 방문했을 때와 뭔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여기저기 길 공사 중인 곳도 많아 살짝 헤매기도 했다.
저녁 8시 시작까지는 시간 여유가 있어 주위를 돌아봤다. 어두워질수록 켜놓은 불빛들이 아름답게 빛을 내기 시작했다. 아쉬웠던 건 예전에 봤던 선착장 앞 시계탑이나 스타의 거리가 공사 때문인지 길을 막아놓아 갈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좀 일찍 공연을 감상할 자리에 도착했다. 시멘트로 된 계단이었는데 이미 많은 여행자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8시가 되자 홍콩 섬과 구룡반도 양쪽 하버 사이드에 있는 44개의 고층 빌딩에 설치된 서치라이트가 교향악 선율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색색의 빛이 구름 가득한 하늘을 수놓았다. 공연은 대략 10분 정도 진행되었는데 하늘이 좀 더 맑았다면 더욱 선명하게 보였을 것 같았다.
홍콩섬 남부 스탠리 베이 (Stanley bay)
스탠리 베이는 아는 지인에게 추천을 받아 찾아간 곳이었다. 버스를 타면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었다. 2층 버스 맨 앞줄에 타고 가다 보니 어느 순간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멋진 해안가 절벽과 그 위 고급 저택들도 볼 수 있었다. 단 주의할 것은 구불구불한 길이 많기 때문에 평소에 멀미가 있는 사람은 버스 1층에 앉아 가는 것이 좋을 듯하다.
버스에 내려 해안가로 향하는 길에 눈에 띈 건 스탠리 마켓이었다. 생각보다 소박한 재래시장 같은 곳이었다. 솔직히 구매할 건 그다지 없었지만 구경하면서 걷다 보니 어느새 스탠리 베이에 도착했다.
북적임 없는 조용한 곳이었다. 푸른 하늘과 바다를 해안가 돌 위에 올라 멀리 쳐다보았다. 저 멀리 수평선 위에 떠 있는 여러 척의 배들도 보였다. 당장이라도 바다에 뛰어들고 싶었지만 준비가 안되었기에 그건 포기하고 해안가를 빙 둘러 걸을 수 있도록 형성된 메인 로드를 따라 걸었다. 아름다운 바다를 맘껏 즐기며 뜨거운 햇볕 아래 걷다 보니 땀도 나고 배도 고파졌다. 입구가 예뻐 보였던 어느 카페에 들러 시원한 아메리카노와 과일 파이를 먹었다.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그럴 땐 여행이 뭐 별건가 싶다. 시원한 커피 한잔이면 충분한 것, 그것이 여행 주는 작은 행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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