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와 소호 (SOHO)를 가기 위해 트램을 탔다. 면적이 작으면서 교통시스템이 잘 갖춰진 홍콩은 이동이 편리하고 시간도 짧게 걸려 부담이 없었다.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찾아가는 길에 센트럴 역 근처 다리를 지나다가 생소한 장면을 목격했다. 동남아 여성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다리 한쪽 편에 자리를 잡고 종이박스를 깔고 앉아 서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음식을 먹고 있는 장면이었다. 사람이 사는 어디든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도 있는 법. 알고 보니 홍콩에서 일하는 메이드들로 인도네시아, 필리핀 여성들로 마땅히 거주하는 곳이 없어 일없는 주말이면 이곳에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홍콩은 왜 이렇게 많은 메이드들을 필요로 하는가를 궁금해서 찾아보니 노인과 어린아이에 대한 부실한 복지정책과 대부분 맞벌이 부부인 점 등이 메이드를 필요로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서로 필요조건이 맞아떨어지는 것인데, 자신들의 나라를 떠나오면서까지 이곳에 와서 부족한 돈이라도 벌어 보겠다는 사람들을 홍콩에서는 왜 이렇게 오랫동안 방치(?)만 하고 있는 것일까. 남의 나라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의문을 가득 품은 채 걷다 보니 낯익은 동상이 눈에 띄었다. 바로 '소녀상'이었다. 자연스레 발길을 멈추고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소녀상과 함께 우리나라 일제강점기 때 벌어졌던 위안부 문제를 자세히 고발하고 있었다. 국제사회에 알리는 일을 멈추지 않는 우리나라 시민단체들의 노고에 다시 한번 경외심이 들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고 진정한 사과조차 하지 않는 일본에 대해 화가 났다.
분노(?)를 다스리며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에 도착했다. 오래 전 한 홍콩영화에서 봤던 장면이 겹쳐보였다.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는 센트럴의 번화가인 퀸즈 로드에서 소호의 카페 & 레스토랑 거리, 미드 레벨 주택가까지 12번의 에스컬레이터가 연결된 길이 800m의 세계에서 가장 긴 옥외 에스컬레이터로 영화 <중경 상림>에 나와 더욱 유명해진 곳이기도 하다. 고지대 지역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오전 6시부터 10시까지는 하행, 10시이후로는 상행으로만 운영하기 때문에 올라 갔다가 내려올 때는 자연스럽게 걸어서 내려오게 된다.
아래에서 쳐다보니 에스컬레이터 끝이 잘 보이지 않을 만큼 높았다. 긴 세월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는 에스컬레이터에 발을 내딛고 오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경사가 진 것을 보니 만약 이곳에 에스컬레이터가 없었다면 여행하기 쉽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르면서 보이는 가로로 된 크고 작은 골목들에 늘어선 예쁜 샵들과 카페, 식당들과 이국적이고 트렌디한 분위기의 길 또한 내 눈길을 끌었다. 끝까지 오르는 길은 30분이 채 안되었다.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면서 보였던 골목길들은 일단 올라갔다가 걸어 내려오면서 보기로 했다. 그 중에서도 홍콩에서 가장 트렌디하다는 소호거리를 찾아갔다.
소호는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는데 왼편에 'Pepperonis'라는 간판과 레스토랑 밀집구역이 나오면 빠져나오면 만날 수 있다. 감각적인 펍과 레스토랑이 늘어서 있는 이곳에 최근에는 갤러리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직 밝은 낮시간 이어서인지 살짝 썰렁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옮겨 걷다 보니 가게나 길거리 벽에 그려진 멋진 그림들이 우리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니나 다를까 수많은 여행자들이 그 그림을 배경으로 한껏 멋을 부리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도 질세라 포즈를 잡았다. 내려오면서 골목길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소소한 재미에 푹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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