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 나라 중 여행으로는 첫 번째로 간 곳이었다.
말레이시아 국토는 독특하게도 말레이반도 남부인 서말레이시아와 보르네오섬 북부인 동말레이시아로 나뉘어 있는데 나는 수도 쿠알라룸푸르 (Kuala Lumpur)와 랑카위 (Langkawi)가 있는 서말레이시아를 선택했다. (코타키나발루는 동말레이시아에 있다.) 먼저 랑카위를 갔다가 쿠알라룸푸르를 여행하고 돌아오는 일정으로 계획했다. 우리가 갔던 3월 초는 원래 날도 덥고 비도 적지 않게 오는 때였으나 다행히도 여행기간 동안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덥긴 했지만) 화창한 날만 계속되었다.
랑카위는 말레이시아 본토 북서쪽에서 약 3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104개의 크고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곳이다.
1980년대 중반부터 말레이시아 정부가 엄격하게 관리하고 개발해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유지하고 있는데 아늑한 휴식처 제공을 위해 해변가에 위치 안 모든 호텔이나 건물들을 야자수보다 높게 짓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말레이시아는 다양한 민족으로 이루어진 연방제 국가인데 이곳 랑카위는 중국계 민족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페낭과는 달리 인구 중 90%가 말레이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대 말레이어로 "kawi"는 갈색을, 랑카위는 갈색 독수리를 의미한다고 하는데 랑카위에 오면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곳이 바로 쿠아 선착장 근처에 위치한 「독수리 광장(Dataran Lang)」이다. 이곳은 지붕이 마치 계란 모양으로 지어진 뜰을 빠져나오면 볼 수 있는데 예쁘게 꾸며놓은 광장 조경이 눈에 띄었다. 특히 광장 바닥은 다양한 색깔로 꾸며진 모자이크 작품 같아 보였다.
광장에서 바라보면 바다 쪽을 향해 큰 날개를 펼치고 있는 랑카위의 핫스폿, 적갈색의 '독수리 동상'을 볼 수 있다. 가까이 갈수록 웅장한 규모에 압도당할 것 같은 이 동상은 바다를 통해 이곳에 들어오는 여행자들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이정표 같은 곳이다.
독수리 광장은 광장도 훌륭했지만 그 주위로 보이는 풍경들도 무척 아름답다. 그래서인지 주위에 분위기 좋은 식당들도 꽤 들어서 있다. 시간만 맞았다면 그곳에서 식사를 하고 싶었지만 패스~.
랑카위에 오면 빼놓을 수 없다는 랑카위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오리엔탈 빌리지'에 도착했다. 이곳은 일종의 테마파크로 말레이시아 전통 양식 건물들과 다양한 체험거리, 샵이 자리하고 있다. 약간 유럽 느낌도 섞여 있는 듯했다. 입구를 통과해 작은 다리를 지나면 예쁘게 꾸며진 연못이 보이는데 근처 벽돌색 지붕의 건물들과 어우러진 모습이 실제 어느 작은 마을에 와있는 듯했다. 이 연못을 지나면 안쪽으로 매표소가 있는데 티켓은 패키지로 또는 따로 구매도 가능했다.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줄을 섰다. 이미 많은 여행자들이 몰려있어 한참을 기다렸다.
랑카위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 700m가 넘는 전망대에 오르면 랑카위 섬을 360도 조망할 수 있는데 날씨만 좋다면 멀리 태국의 섬까지도 보인다고 한다.
바닥에 노란색으로 그려놓은 칸에 맞춰 서면 다음번 케이블카에 탈 준비가 완료된 것이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 약 700m가 넘는 전망대에 오르기 시작했다. 정상까지 대략 30분 정도 오르는 동안 바깥으로 보이는 파란 하늘과 바다, 푸른 산과 숲 전경은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전망대까지는 바닥이 나무로 만들어진 다리를 건너면 도착했는데 전망대에서는 랑카위 섬을 360도 빙 돌아가며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다행히 날씨도 무척 화창했던 터라 아득히 먼 곳까지 보였고 파란 하늘과 수평선이 서로 하나가 된 듯 어디까지가 하늘인지 어디까지가 수평선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였다.
날이 너무 좋아서 아마도 태국 섬도 보였을 텐데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걸... 아쉽다.
말레이시아는 말레이인, 중국인, 인도인, 인도네시아인 등 다양한 인종이 공존하는 나라인 만큼 여러 나라의 음식뿐만 아니라 독특한 퓨전 스타일의 요리도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그중에서 우리는 해산물 요리를 먹어 보기로 하고 손님이 많아 보이는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평소 쉽게 먹지 못하는 가재요리를 먹기로 하고 주문하려고 점원을 불렀는데, 점원이 우리가 먹을 가재를 직접 고르라며 따라오라고 손짓을 했다. 일단 나는 테이블을 지키고 있기로 하고 나머지 일행이 점원을 따라갔다. 시간이 좀 흐른 뒤 일행이 돌아오며 크고 살찐 가재를 엄청 저렴한 가격에 골랐다며 기분 좋아했다. 그때까지는 아무도 몰랐다. 우리가 잘못 계산하는 바람에 우리 돈 30만 원이 훌쩍 넘는 (식당에 가장 비쌌던 ) 가재를 선택했다는 것을.
주문한 가재요리를 점원이 들고 오는데 언뜻 봐도 엄청 푸짐하고 화려했다. 당시 식당에 있던 손님들 모두 눈을 떼지 못했다. 신경 쓸 겨를 없이 요리 인증숏을 남기고 먹기 시작했다. 맛은 그야 말고 일품이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황홀했던 그 맛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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