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카위를 뒤로 하고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Kuala Lumpur)에 도착했다. 당시 쿠알라룸푸르 첫인상이 우리나라 서울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것과 건설 중인 건물들도 많이 눈의 띄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인구 90% 이상이 무슬림으로 이슬람 분위기가 강했던 랑카위와는 달리 쿠알라룸푸르는 꼭 그렇지는 않았다.
쿠알라룸푸르에서 가장 먼저 방문했던 곳은 쿠알라룸푸르 북쪽에 위치한 힌두교 최대 성지라고 불리는 바투동굴이었다. 말레이시아는 다민족, 다문화국가이면서 종교 또한 다양해 무슬림(이슬람, 60% 이상) 이 외에도 불교 (20%), 기독교 (6%), 힌두교 (9%), 기타 종교 (5%)로 구성되어 있는 나라다. 10%도 안되는 종교인 힌두교의 성지라는 곳이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는 게 흥미로웠다.
바투 동굴은 지하철로 시내에서 대략 3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었다.
바투 동굴 역에서 내려 5분 정도 걸어가면 동굴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힌두교 신화에 나온다는 원숭이 신, '하누만' 동상이었는데, 이후 바투 동굴 근처에 왜 그렇게 원숭이들이 당당하게 사람들 사이를 오가는지 이해하게 된다. 나름 근엄하게 서 있던 원숭이 신 동상을 배경으로 한 컷 남겼다.
조금 더 걸어 들어오니 높이 42.7m의 거대한 황금빛 무르간 동상이 좌중을 압도하듯 서있었다. 그 바로 뒤엔 바투 동굴을 가기 위해 올라가야 하는 계단이 보였다. 멀리서 보면 계단이 직선으로 보일 만큼 꽤 가팔라 보였다. 더운 날씨에 맘 단단히 먹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계단은 총 272로, 인간이 평생 272개의 죄를 짓는다는 힌두교의 믿음에 따라 계단을 오르면서 속죄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또 이 계단은 총 세 갈래로 나눠져 각각 과거, 현재, 미래를 나타낸다고 한다.
천천히 속죄(?)하며 272개 계단을 힘겹게 오르면 천연의 석회 종유동굴이 그야말로 탄성을 자아내는데 동굴 안 선선한 공기에 오르며 흘렸던 땀도 순식간에 말랐다. 지금까지 내가 봤던 동굴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아름답고 신비로운 곳이었다. 높이도 가늠이 안될 정도로 높아 작은 소리도 크게 울리기때문에 조심스러웠다. 입구 옆에는 힌두교 신자들을 위한 기도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높고 어두운 공간에서 어느 밝은 빛을 따라가다보면 위쪽으로 크게 뚫려있는 공간이 보이는데 고개를 들어 올려다 보고 있노라면 마치 누군가 내려주는 축복을 받고 있는 듯 했다. 주의할 건 갑자기 나타나는 원숭이들 때문에 놀랠 수 있다는 것~!.
여행 마지막 날은 시티버스를 타고 쿠알라룸푸르 시내를 돌아보기로 했다. 멀리서 봤을 땐 서울과 비슷하다고만 생각했지만 더 가까이서 본 쿠알라룸푸르는 현대적이면서 다양한 문화가 섬세하게 묻어 있는 아주 잘 계획된 도시라는 느낌이었다. 마치 현대와 과거를 넘나드는 듯했는데 특히 세계에서 가장 높은 88층의 쌍둥이 타워이자 현대 건축의 상징성을 보여주는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와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힌두교 사원인 스리 마하마리아만이 그 느낌을 잘 설명해 주는 듯했다.
또 지상에 떠서 운행되고 있는 모노레일도 보였는데 우리나라엔 없는 교통수단이라서 신기했다. 이 모노레일은 KL 센트럴부터 최고 번화가인 부킷반탕을 지나 주택가인 티티왕사까지 약 9km를 운행한다고 한다.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쿠알라룸프르를 돌아본 후 마지막으로 쿠알라룸푸르 시내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KL타워에 도착했다. 샹그릴라 호텔 뒤쪽에 위치한 이곳은 실제 높이가 421m로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보다는 낮지만 산 위에 있는 것을 감안하면 쿠알라룸푸르에서 가장 높은 곳이었다.
KL타워 전망대에 오르니 처음엔 살짝 아찔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쿠알라룸푸르의 마천루를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당시 날도 좋았기에 멀리까지 보였다. 다만 살짝 아쉬웠던 건 쿠알라룸푸르 시내 어디를 가나 보인다는 페트로나스 트윈타워가 옆모습만 보인다는 것이었는데 그럼에도 빛을 받아 반사되는 상층부가 은빛으로 번쩍이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말레이시아의 랜드마크일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된다.
당시 찍었던 사진을 보니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갑자기 그 모습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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