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호수라는 캄보디아 톤레삽 호수. 어렴풋이 알고 있던 곳이었다. 배를 탈 선착장에 도착했다. 진한 황토색 물 위로 관광객들을 실어 나를 수십 척의 배들이 정박해 있었다. 우리를 태울 배는 이미 선착장에 대기하고 있었고 배 전체가 나무로 지어진 지나 온 시간이 깊이 새겨져 있는 배였다. 나는 배에 올라 2층에 있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자리는 맘에 드는데 햇살이 너무 따가웠다. 배가 움직이면 바람 불어 괜찮겠지...
배가 요란한 소리를 내더니 물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조금 이동하니 호수 양옆으로 푸른 수풀이 늘어선 모습이 보였다. 진한 황토색 물과 푸른색 조합에 묘한 흥미를 느낄 무렵 물아래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듯한 이곳에서 그물을 써서 물고기를 잡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런 물에도 물고기가 과연 살까 싶었지만 알고 보니 캄보디아가 세계 3위 규모의 어획량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신기했다.
한참을 달려 어느새 수상 가옥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배는 일단 어느 선착장에 정박했다. 맹그로브 숲 체험을 위해 쪽배 하나 당 뱃사공 한 명, 패키지 멤버 두 사람씩 나눠 탔다. 햇빛은 머리 위에서 더욱더 강렬하게 내렸다. 다행히 나와 함께 탄 멤버가 양산을 나눠 씌워 주었다.
쪽배는 맹그로브 숲을 가지 전 수상가옥들 사이를 지나갔다. 이곳에는 베트남 전쟁 후 피난 온 베트남인들이 대부분이고 일부 크메르인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바로 눈앞에서 보는 수상마을은 TV나 어느 사진에서 보았듯 그리 낭만적이진 않았다. 너무 열악해 보였고 이곳 수상 가옥에 사는 사람들은 이 진한 황토색 물로 밥도 하고 빨래도 하고 목욕도 하고 화장실까지 겸한다고 하는데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아무렇지 않게 물을 떠서 빨래를 빠는 모습도 보였고 여기저기 해맑은 아이들이 옷을 벗고 헤엄치며 노는 모습도 보였다. 배에 이런저런 물건을 싣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물건을 파는 사람도 보였다. 어느 수상가옥 옆 작은 철장 안에는 누군가 키우는 것 같아 보이는 오리들도 보였다. 말 그대로 그들은 거기에 그냥 살고 있었다.
수상 가옥을 지나치면 맹그로브 숲 체험이 시작된다. 쪽배를 타고 숲을 헤쳐 나가니 마치 정글을 탐험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수많은 맹그로브 나무들이 물아래 깊이 뿌리를 박고 자라고 있는 모습은 꽤 인상적이었다. 덕분에 그늘도 져 습하고 더운 기운을 조금이나마 가시게 해 주었다. 계속 비슷한 풍경의 연속이라 금방 지루해지도 했지만 그래도 나름 괜찮았다.
톤레삽 호수는 한낮보다 일몰을 볼 수 있는 저녁 시간대에 오는 게 덜 덥기도 하고 더 낭만적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체험을 마치고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올 때는 해가 조금씩 넘어가고 있는 시간이었다. 해가 져가는 쪽의 풍경들이 언뜻언뜻 내 감성을 건드리고 있었다. 그럴 땐 주저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왜 이곳의 일몰 풍경이 유명한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아무 말 없이 호수 풍경을 보며 돌아오는 이 뱃길에 혼자 여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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