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카, 이카 와카치나, 파라카스 국립공원은 1박 2일 일정으로 리마에 머무르면서 다녀온 투어였다. 동트기 전 이른 아침, 우리를 태우고 갈 차량이 숙소 앞까지 왔다. 나스카까지는 3-4 시간 정도 이동을 해야 했기에 다행히도 차에서 눈을 붙일 수 있었다. 어느 순간 눈 부심이 느껴져 눈을 떴는데 동이 터오고 있었다. 아름다웠다.
[나스카]
아침 해가 뜨고 몇 시간이 흐른 시간. 드디어 한눈에 보기에도 무척 매말라 보이고 지평선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을 정도의 드넓은 땅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즈음 어딘가에 차를 세웠고 나스카라인을 선명히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높이 20m 정도의 전망대에 올라갔다. 전망대에 오르면 손가락이 네개와 다섯 개인 손을 들어올린 듯한 문양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무릎을 꿇고 신에게 물을 달라고 기도하는 사제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또 하나는 '와랑고'라는 나무로 뿌리와 기둥이 그려진 걸 볼 수 있는데 예전 나스카인들은 이 나무를 베어 관을 만들거나 수로나 가구, 농기구 등을 만들었다고 한다. 생활하는데 도움이 컸던 나무였을 것으로 예상되는 바 그에 대한 고마움과 숭배의 표시가 아니었을까 혼자 생각해 보았다.
드디어 나스카라인을 높은 곳에서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경비행기 타는 곳으로 이동했다. 우선 티켓을 구매해야 하는데 티켓 가격이 정찰제가 아니므로 업체 별 가격을 비교해 본 후 구입하는 것이 좋다. 경비행기 투어는 약 30분정도 소요되고 대당 4명~최대 6명이 탑승하는데 탑승객들 개인 별 몸무게를 잰 후 적재하중에 따라 인원수가 결정되고 왼쪽과 오른쪽 무게 균형도 맞춰 탑승하게 된다. 2명의 기장이 함께 탑승하고 비행기 조정도 하면서 안내도 해준다.
여기서 주의사항 하나! 경비행기는 생각보다 흔들림이 심하고 나스카라인을 안내해 주면서 잘 보이게끔 해주기 위해 경비행기를 좌우로 심하게 기울이게 된다. 평소 멀미를 한다면 미리 멀미약을 복용하고 타는 것이 좋다. 또한 탑승 전 음식같은 건 섭취를 안하는 것이 좋다. 나는 당시 멀미약을 먹고 탔는데도 멀미를 했는데 아마도 타기 전 먹었던 음식물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ㅜㅜ
나스카라인은 1994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고 여전히 세계 불가사의로 남아있는 곳이다. 그려진 연도도 알 수 없고 누가 그린 것인지도 모호해 '외계인이 그린 것이다', '고대 농작 경계선이다', '잉카 천문학 달력이다' 등 여러 의견이 갈리는 미스테리한 지상화이다. 이 나스카라인이 그려진 면적은 서울 면적의 두 배가 넘는다고 한다. 문양은 벌새, 고래, 원숭이, 거미, 개, 나무, 펠리컨 등이 30개, 직선, 삼각형, 사다리꼴, 소용돌이 등 기하학적 무늬가 200개 이상이라고 한다. 그림 한 개의 크기가 작은 것은 100m, 큰 것은 300m에 달하며, 더 놀라운 것은 8km의 직선 형태도 있다고 한다. 나스카라인이 오랫동안 보존될 수 있는 이유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지리적 위치 때문이라고 한다.
[와카치나 사막]
멀미나게(?) 즐겼던 나스카를 뒤로 하고 페루 남서부 이카 지방으로 향했다. 여기는 와카치나 사막으로 유명한 지역인데 내 생애 처음 가보는 사막이었기에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찬 마음을 안고 도착했다. 도착 후 바로 사막투어를 시작했다.
여기서 1박을 할 예정이었던터라 우선 숙소에 집을 풀고 나와 사막용 차량인 '듄 버기카(샌드카)'에 탑승했다. 대당 6명씩 태우고 드디어 사막을 향해 출발했다. 버기카의 섬세한 움직임마저 온몸으로 느껴졌다. 사막을 오르락 내리락 스릴넘치는 곡예을 몇 번 당하고(?) 나면 어느 가파른 모래언덕에서 내려 샌드보딩을 하라며 기사분이 보드 하나씩을 정성스럽게 닦아 한명씩 나눠주셨다. 다들 모두 괴성을 지르며 가장 행복한 얼굴을 하며 보딩을 즐겼다. (나는 고소공포증이 심해 남들 탈때 같이 소리만 질러주었다 ㅋ) 그리고 탈때는 즐겁지만 또 타려면 각자 자신의 보드를 가지고 그 가파른 모래언덕을 다시 올라와야 하는데 모래에 발이 푹푹 빠져 오르는게 쉽지 않았다. 역시 행복은 그냥 오는게 아니다.ㅎ
서서히 해가 저물기 시작할때쯤 일몰을 볼 수 있는 뷰포인트로 우리를 다시 안내했다. 벌겋게 사막과 하늘을 물들이더니 뭐가 그리 부끄러운지 사막너머로 금새 숨어버렸다. 그 어느 곳에서의 일몰이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간지럽힐 수 있을까? 사막은 정말 묘한곳이었다.
[와카치나 오아시스]
말로만 들었던 사막의 오아시스를 바로 눈앞에서 보았다. 보는 것만이 아니고 이곳에 숙소가 있었기에 하루를 머문다는 것은 직접 그 안에 있었을 때보다 멀리서 그 오아시스를 바라보다보니 갑자기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곳에는 숙소 뿐만 아니라 식당들도 있어 저녁을 해결할 수 있다. 저녁을 먹고나면 주위를 가볍게 산책해도 좋다. 사막에서의 하룻밤이 그렇게 지나갔다.
[파라카스 국립공원]
다음날은 파카카스 국립공원으로 갔다.
그 곳은 1975년에 지정된 페루의 유일한 해양 보호구역이다. 파라카스 항구에 가면 산 마르틴 광장이 있고 거기엔 '산 마르틴 장군' 동상이 있다. 산 마르틴 장군은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페루, 칠레, 아르헨티나를 스페인으로부터 해방시킨 남미 전체의 영웅이라고 한다. 1820년, 바로 이 파라카스 항구에 6척의 배를 이끌고 이곳에 상륙해서 페루를 독립시켰다고 한다. (우리나라 이순신장군 같은 분이 아닐까?)
이곳에 '작은 갈라파고스 섬'이라고도 불리는 '바예스타스 제도(Islas Ballestas)'가 있다. 파라카스 항구에서 배를 타고 약한시간쯤 가면 도착하는 곳이다. 그곳을 가기 위해 우리도 배에 올랐다. 가는 도중 나스카라인처럼 지상에 거대하게 그려진 촛대문양을 볼 수 있는데 바로 '칸델라브로(Candelabro)'이다. 스페인어로 '촛대'라는 뜻이라고 한다. 길이 150m
폭 50m의 이 거대 그림은 나스카라인과 마찬가지로 왜, 어떻게 그려진 것인지 여러 추측만 무성하다고 한다.
한 시간정도 달려 도착한 바예스타스 섬.
보이는 광경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건 냄새다. 새들의 배설물 냄새라고 하는데 얼마나 많이 쌓여 있는지 원래 붉은 색을 띄는 섬 색깔이 회색섬으로 보일 정도였다. (새의 배설물은 비료로 사용하기에 아주 좋은 재료라 오래 전부터 안데스 산맥의 사람들이 비료로 사용하기 위해 수집했다고 한다. 이 배설물을 께추아어로 '구아노(guano)'라고 하는데 페루가 근대화를 추진했던 19세기말부터 수출 효자 종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냄새는 곧 중독이 되는 법. 섬에 가까이 가자 바다사자, 펭귄, 여러 새들 (약 3억마리정도 있다고)을 볼 수 있었다.
새들은 우리 머리위에서도 날라다니기 때문에 잘못하면 몸에 새똥을 선사(?)받을 수 있다. 배에 같이 탔던 일행 중에서도 몇 명은 실제 선사받았다. ㅋ
이제 바예스타스 섬을 떠나 다시 파라카스 항구로 돌아왔다. 항구에서는 점심을 먹었는데 그 유명한 세비체와 잉카콜라를 먹었다. 바다 근처에서 먹어서 그런지 세비체에 깃든 바다내음이 묘했다. 배를 채우고 간곳이 파라카스 해안절벽이었다. 차에서 내려 전망대처럼 보이는 곳까지는 그냥 일반 언덕같은 곳이었다. 아무 기대없던 언덕을 올라서자마자 보이는 풍경에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 너무나 아름다웠고 어제 간 와카치나 사막이 생각 안날정도였다. 그렇게 아름다운 해안절벽은 지금까지도 그 어디서 본 적이 없다.
'여행이 좋다 > 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행]5.모라이/살리네라스_페루 (0) | 2020.11.04 |
---|---|
[여행]4.쿠스코/마추픽추_페루 (0) | 2020.11.03 |
[여행]2.리마_페루 (0) | 2020.10.31 |
[여행]1.2015년 마추픽추에 올라서다_페루 (0) | 2020.10.3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