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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좋다/페루

[여행]4.쿠스코/마추픽추_페루

by Conatus_bori 2020. 11. 3.

드디어 페루여행의 꽃인 쿠스코와 마추픽추를 만나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쿠스코는...

케츄아어로 배꼽(또는 중앙)을 의미하고  3,400m의 안데스 분지에 자리잡고 있다. 인구26만 명의 도시로 잉카문명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는 남미 여행의 백미로 꼽히는 세계적인 관광도시이다. 잉카인들은 하늘은 독수리, 땅은 퓨마, 땅속은 뱀이 지배한다고 믿었다고 한다. 

※ 한 눈에 보이는 쿠스코

쿠스코를 가기 전 반드시 챙겨야 하는 게 고산병약이다리마를 떠나기 전 약국에서 '소로체필'이라는 고산병 약을 구입했다. (고산병 약은 직접 현지에서 파는 것을 구입하는 게 좋다고 한다.)

 

쿠스코는 리마에서 비행기를 타고 이동했는데 1시간정도 걸렸다. 비행기에서 내려 짐을 찾으려고 기다리는데 심장이 빨리뛰고 머리가 띵한 느낌이 몰려왔다. 고산증상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었다. 행동도 걸음도 천천히 움직여 짐을 찾고 택시를 잡아 숙소로 향했다. 

 

이번 쿠스코에서의 숙소도 부부가 운영하는 한인민박이었다.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시며 가장 먼저 고산병 예방에 좋은 꼬까잎 차를 내 주셨다. 또 도착 첫날은 샤워를 하지 못하게 했는데 샤워를 하면 혈관이 확장되어 고산병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친절히 해 주셨다. 어쨌든 첫날은 더더욱 천천히 무리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신신당부했다. 

고산병은 하루이틀 지나면 괜찮아지기 때문에 초반에만 잘 견디면 된다. 나중에 깨달은 것이지만 우리 일행 3명 중 내가 제일 나이가 어렸는데 나이가 어릴수록 회복이 빨랐다. 역시 나이는 속일 수가 없다. ㅎ

 

여기 숙소에서는 한가지 재미있는 경험도 했다. 어색(?)하게도 아침 조식을 사장님 부부와 함께 먹게 되었는데 그 자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두분이 처음에는 이곳에서 NGO단체 활동을 했고 그 활동을 통해 만나게 된 이야기,

지금은 NGO활동은 아니지만 이곳 청소년들에게 무료로 한글도 알려주고 커뮤니티 장소도 제공을 해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사장님은 우리가 머무는 동안 소소하게 떡볶이 데이 이벤트를 할 예정이라며 초대를 해 주셨다. 이곳 학생들이 한국사람을 좋아해 만나고 싶어한다며... 우리 일행은 기꺼이 허락했고 여행 중간 잠깐 들렀는데 실제로 10대로 보이는 페루 학생들이 약 20명쯤 앉아 떡볶이와 오뎅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쑥스러워하는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고 말은 잘 통하지 않았지만 함께 음식도 먹고 안되는 영어로 대화도 살짝 했다. 당시에도 K-pop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거기서 쿠스코 슈퍼쥬니어로 활동한다는 친구들도 만났다. 어쩐지 페루사람치고 인물이 좋다 싶었다.

 

쿠스코는 돌아보다보면 도시 전체가 유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내 곳곳에서 스페인양식 건물을 볼 수 있고 아르마스 광장 동쪽 거리 석벽에 있는 돌들은 잉카시대의 놀라운 석조기술을 보여준다아랫쪽은 작은 돌들로 엉성하게 쌓아올린 부분이 있는데 이 때문에 대지진에도 건물이 무너지지 않았다고 한다. 놀라운 석조기술을 증명하는 것 중 가장 유명한 건 '12각 돌'이다. 당시 어떻게 그리 섬세하게 돌을 다듬어 건축하였는지 그저 신기할 뿐이다.

※ 쿠스코 골목
※ 아르마스 광장에서 열리는 축제


다음날  드디어 마추픽추에 가는 날이었다. 아침 일찍 마추픽추의 입구인 '아구아스까리엔떼스'까지 가는 기차를 타기위해 (숙소사장님이 콜해준) 택시를 타고 포로이 기차역으로 향했다. 우리는 '페루레일'기차를 이용했고 120km 거리를 4시간가량 타고가니 기차가 얼마나 느린지 가늠할 수 있다.

 

기차티켓은 현지인들에게는 왕복 우리나라돈으로 만원도 안되는 가격이지만 여행자들에게는 1인당 10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을 받는다. 현지인들 대비 여행자들에게 비싸게 받는 건 이해하는데 10만원이 안넘었으면 좋겠다. 페루 정부에 항의해야 하나? ㅎ

※ 여행자들이 기차에 몸을 싣고 있다.

기차가 '철커덕 철커덕'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차속력이 엄청 낮기 때문에 바깥 풍경은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원시의 초원, 농가의 한가로움, 안데스 고산의 만년설 등. 그동안 우리는 너무 달리기만 했다. 내가 놓친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시간이 가끔 이렇게 느리게 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시간의 덜컹거림 끝에 아구아스까리엔떼스에 도착했다. 마추픽추를 오르려는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이 가득했다. 마추픽추 입구까지 가는 방법은 2가지인데 버스를 타고 약 20분정도 이동하거나 시간은 더 걸리더라도 걸어서 올라가는 것이다.

※ 아구아스까리엔떼스

우린 당연히 버스를 선택했다(걸어서 가는 사람들도 꽤 볼 수 있었다. 대단하다. 정말...) 버스를 내리고 마추픽추 입구에 내리니 아직 오전이러서 그런지 안개가 자욱했다. 혹시 못 보는 것일까? 불안해졌다. 구름이 걷히길 기도하며 입구 바로 옆에 있던 카페에서 빵과 음료로 배를 채웠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다행히도 구름이 걷히기 시작했다.

※ 구름걷히는 모습

마추픽추 입구를 통과하면 조금 더 걸어야 했다. 그러던 중 어느 한 모퉁이를 돌자 그렇게 보고 싶었던, 사진에서만 보고 흠모했었던 바로 그 모습을 대면하게 되는데, 무슨 말이 필요하랴? 내가 지금 이곳에 와 있는게 실감나지 않는 그런 순간이었다. 그냥 아무말 못하고 우리 일행은 서로의 손을 맞잡고 그렇게 한참을 서있었다. 

 

예전에 TV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_페루편'에서 출연자들이 마추픽추에 가서 아무말 못하고 눈물을 흘렸던 장면을 기억한다. 직접 가서 보니 그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왜 2015년 그 당시 꼭 이곳에 오고 싶어했는지 그 순간 그 자리에 서있다는 것이 그저 마냥 감사하기만 했다. 살면서 언제 이렇게 온전히 감사하던 순간이 있었던가?

※ 마추픽추

 

※ 마추픽추에서 사는 리마

마추픽추는...

15세기 중반, 해발 2,430m에 세워진 잉카인의 요새도시로 1911, 미국의 대학교수인 하이램 빙엄에 의해 발견된 곳이다발견되기 전까지 수풀에 묻힌 채 아무도 그 존재를 몰랐기 때문에 마추픽추를 "잃어버린 도시" 또는 "공중도시"라고 부른다고 한다. 마추픽추는 도시 절반가량이 경사면에 세워져 있고 유적 주위는 성벽으로 견고하게 둘러싸여 완전한 요새의 모양을 갖추고 있다. 마추픽추에는 약 1만여명이 거주하였던 것으로 추정되고, 스페인 정복자들의 파괴의 손길이 닿지 않은 유일한 잉카 유적이라고 한다.

 

마추픽추를 더 섬세하고 보고싶다면 가이드와 함께여도 좋을 듯 하다. 당연히 한국어 가이드는 없으니 영어 가이드로 해야 한다. 그리고 출구 (입구와 같다)쪽으로 나오면 바로 옆에 마추픽추 도장을 여권에 찍을 수 있다. 기념이 되니 꼭 찍으시길... 이것 때문에 예전 여권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보관하고 있다.

※ 여권에 찍은 마추픽추 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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