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환승과 총 20시간의 비행 끝에 '카사블랑카 모하메드 5세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짐을 찾고 입국심사를 통과했다. 다음으로 환전과 스마트폰 유심칩을 구입한 후 렌터카 사무실을 찾아가 미리 예약해 둔 차를 인계받고 드디어 모로코 첫 여행지, 탕헤르(TANGER)로 향했다.
탕헤르는 모로코 최북단에 위치한 도시로 지브롤터 해협과 맞닿아 있어 예전부터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을 잇는 주요 거점이었다. 중세 대항해 시대에는 주요 보급항, 근현대에는 군사적 요지였던 배경 때문에 유럽과 이슬람, 베르베르 등 다양한 문화가 한데 섞여 공존하는 곳이다. 스페인의 타리파 (Tarifa)까지는 배로 1시간이면 갈 수 있어 스페인과 모로코를 오가는 여행자들이 주로 머무는 곳이기도 하다.
꼬박 4시간 정도 걸려 오후 늦은 시간에 도착했다. 숙소(호텔 콘티넨털)를 찾아야 했는데 가까워지자 갑자기 구글맵이 버벅거리기 시작했다. 어리둥절하고 있던차에 갑자기 어디선가 추레한 옷차림의 검은 피부를 가진 젊은 사내가 차 앞으로 튀어나오더니 "콘티넨털? 콘티넨털?" 이라고 말을 걸어왔다. 한참을 헤매고 있었던 터라 그 사내의 호의를 바로 받아들였다. "예스, 예스"
사내는 따라오라는 듯 우리에게 손짓을 했다. 겨우 차 한 대 지날만한 좁디좁은 골목 (구글맵이 왜 그렇게 버벅거렸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을 2분 정도 가다 보니 호텔 입구가 보였다. "땡큐, 땡큐 베리 머치!"
차장넘어로 얼굴을 내밀고 유난히 큰 목소리로 감사함을 전했다. 하지만 그 사내는 갑자기 내 얼굴 가까이에 손을 들이밀며 빠르게 서너 번 위아래로 흔들며 외쳤다. "머니, 머니"
그 이후로 모로코에서의 친절은 항상 돈과 연결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도착한 숙소 '호텔 콘티넨털'은 19세기 초반에 지어진 건물로 국가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으로 모로코 전통 아라베스크 문양의 타일로 꾸며진 라운지와 아치형 레스토랑이 신비로워 보이는 곳이였다. 거기에 지브롤터 해협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은 힘들었던 하루를 잊기에 충분했다.
굳이 단점이라면 오래된 건물인 만큼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점과 긴 세월이 밴 냄새가 난다는 것인데, 즐기다보면 어느새 단점은 잊어버렸다.
호텔 자체가 국가 문화유산인만큼 외관과 내부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한 페이지가 되어준 곳이었다. 특히 내부 전통 문양들은 섬세하고 화려하며 신비로웠다. 이곳의 유명세는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간 후 얼마 안돼 방영된 SBS 드라마 '배가본드'에서 모로코의 주 배경지로도 나온 후 더욱 알게 되었다. (결국 그 드라마를 끝까지 시청하게 해 준 계기가 되어 주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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