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헤르엔 시티투어버스가 있다.
운행을 시작한지는 그리오래 되지 않았다고 한다. 마침 호텔 앞 탕헤르 항구에서 출발한다고 하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간단한 짐과 카메라를 메고 길을 나섰다. 몇 백미터 걸었을까? 새빨간색의 시티투어버스가 보였다. 우선 티켓을 구입하고 버스에 올라 단숨에 이층으로 올라갔다. 이곳에 오르면 평소 내 시선이 닿을 수 없는 곳을 볼 수 있어 순간 내가 마치 거인이 된 듯하다. 모든 좌석에 대한 평가를 쓱~ 한눈에 끝낸 후 선택한 좌석은 중간 쯤, 햇빛 반대편 좌석이었다.
티켓은 48시간 동안 유효했고 가격은 어른 1인당 130디르함 (한화로 약 16,000원) 이었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30분 간격으로 출발하고, 영어와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의 안내 방송이 서비스 되는데, 놀랍게도 한국어도 지원하고 있었다.
시간에 되어 버스가 출발했다. 메디나 (구시가지)와 신시가지 일대를 지나고 멋진 바다해변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탕헤르 근교에 자리한 대규모 국립공원인 캡 스파르텔 (Cap Spartel)은 지중해와 대서양이 만나는 지점에 있어 멋진 전망이 펼쳐지는 곳이다. 버스는 이곳에서 관광객들이 잠깐 머물수 있도록 몇 분정도 기다려 주었다. 만약 더 머물고 싶다면 다음 버스를 이용해도 되기에 여유롭게 둘러볼 수도 있다.
하늘엔 구름이 얇게 깔려있고 끝없이 펼쳐진 대서양의 수평선과 온몸에 부딪치는 해풍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가슴이 뻥 뚫려 모든 시름을 날려주는 듯 했다.
다음 향한 곳은 영웅 헤라클레스의 옆얼굴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헤라클레스 동굴 (Caves of Hercules) 이었다.
이 곳 또한 버스가 잠시 기다려 주는 곳이며, 더 머물고 싶으면 다음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생각보다 동굴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신비로운 장면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어두운 동굴 벽면은 검게 보이고, 입구의 뻥 뚫린 지점이 아프리카 대륙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고 해 유심히 보니 정말 비슷해 보였다. 그 구멍 안으로 바닷물이 사납게 들이치는 소리가 동굴 벽에 부딪쳐 어떤 존재의 큰 울음소리 같기도 했다. 사람들의 말소리, 카메라 셔터소리가 그 소리에 묻혔다.
버스 투어를 마친 다음날, 탕헤르를 떠나기 전 한 식당에 들렀다. 호텔 바로 근처에 있던 리프 켑다니 (Rif Kebdani)라는 곳이었다. 수수하면서도 아늑한 느낌이 우리를 이끌었다. 리아드를 개조한 인테리어에 다소 저렴한 가격까지 꽤 매력적인 곳이었다. 바다 근처이므로 주메뉴는 생선요리를 주문하고 오렌지 주스와 민트 티도 함께 곁들였다. 생선요리는 짭쪼름한 바다향을 듬뿍 담아 특유한 향신료와 잘 어우러진 맛이었다. 약간 비릿할 수 있는 맛을 진한 오렌지 주스와 깔끔한 민트 티가 잡아주었다. 진짜 모로코의 가정식을 맛보고 싶다면 망설일 필요가 없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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