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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좋다/모로코

[여행]4.카사블랑카(CASABLANCA)_모로코

by Conatus_bori 2020. 12. 2.

평소 카사블랑카 (Casablanca) 하면 떠오르던 건 올드팝 「Bertie Higgins의 Casablanca」와 영화 「카사블랑카」 였다.

막연히 낭만적인 도시일 거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카사블랑카 방파제에서 바라 본 잔잔한 파도가 흐르던 대서양은 담에 기대 몸을 앞으로 살짝 기울이고 손으로 턱을 괸 채 가사라곤 카사블랑카 밖에 모르는 그 올드팝을 흥얼거리게 했다.


카사블랑카는 '하얀 집'이라는 뜻을 가진 대서양 연안에 자리한 모로코 제1의 도시이다. 14세기 대항해 시대 당시 포르투갈인들이 이곳에 보급 항을 건설한 이후 급성장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포함) 모로코의 수도로 착각할 만큼 (실제 수도는 라바트다) 모로코를 대표하는 도시이다. 

 

카사블랑카에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이슬람 사원, 하산 2세 모스크 (Hassan II Mosque)가 있다. 하산 2세가 국민에게 성금을 걷어 1993년에 완공한 이슬람 사원이라도 한다. 탑의 높이는 210m, 내부는 25,0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으며

이슬람교도가 아닌 경우는 정해진 시간에 투어를 해야 한다. 워낙 카사블랑카를 대표하는 명소다 보니 내가 갔던 날도

단체로 온듯한 관광객들의 모습도 쉽게 눈에 띄었다.

하산 2세 모스크 주변으로 펼쳐진 카사블랑카 방파제 (Casablanca Breakwater)는 끝없이 펼쳐진 대서양을 바라 볼 수 있는 곳이다. 여행자와 현지인 모두에게 한 숨 쉬어가게 하는 소중한 휴식처였다. 다 함께 약속이라도 한 듯 대서양을 바라본다. 따가운 햇살을 뚫고 줄기차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잠시 각자 생각에 잠겨보는 것. 카사블랑카에서만 느낄 수 있는 해방감이었다.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방파제로부터 저 멀리쯤 카사블랑카 등대 (Casablanca El Hank Lighthouse)가 보인다. 하산 2세 모스크를 등지고 약 1km 정도를 걸으면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카사블랑카 서쪽 끝에 자리한 등대로, 대서양을 거쳐 항구로 들어오는 배들의 소중한 길잡이가 되어준다고 한다. 석양이 비추는 저녁 즈음엔 등대 외벽이 붉게 물들어 '붉은 등대'라는 별명도 붙었다고 하는데 낮에 방문했기에 아쉽지만 그 모습까지는 볼 수 없었다. 대신 사진으로 남겼다.


모로코의 유일한 한식당이 카사블랑카에 있다. '외국에서 한식당 찾아가기'는 내 여행의 루틴이었기에 복잡하고 힘들었지만 찾아갔다. 가게 이름은 '서울 가든' 이었다. 카사블랑카 시내 중심에 있어 운전이 쉽지 않았다. 좌회전 신호 없는 교통시스템, 있는 신호도 무시하고 아무런 경고 없이 끼어드는 차들을 피하기 위해 경적을 얼마나 많이 울려댔는지 팔 근육이 뻐근할 정도였다. 그 상황을 알기라도 한 듯 식당사장님은 우리를 무척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한국사람이 무척이나 그리웠던 건지 이런저런 말도 걸어주시고 추석 명절이라 전을 부쳤다며 덤으로 한 접시 내 주셨다. 우리가 식사하는 내내 뭐 부족한 건 없는지 계속 챙겨 주셨다. 타국에서 우리나라 식당을 찾는 이유가 바로 이런 '정'이란 감정때문이 아닐까. 그 모습이 낯설었는지 다른 테이블에 있던 외국인들이 자꾸 우리쪽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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