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헤르를 떠나 모로코의 투박한 도로를 달려 도착한 여행지는 페스(FES)였다. 페스는 중북부 산기슭에 자리한 도시로
천 년이 넘은 마라케시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9천개가 넘는 골목과 천연 가죽 염색 작업장인 테너리(Tannery)를 보기 위해 수많은 여행자가 찾는 곳이다.
숙소는 메디나에서 살짝 비껴난 곳에 있어 조용하고 한적했다. 짐을 풀고 잠시 숙소 주위를 둘러보기로 했다. 늦은 오후인데도 쨍한 햇빛과 건조한 날씨에 걸을 때마나 흩날리는 모래들, 길 양옆으로 낮게 늘어선 건물들, 간혹 지나는 사람들 (대부분이 남자였다.), 무언가 팔고 있는 작은 가게들, 손님 대여섯정도 (모두 남자였다.) 앉아있는 아담한 카페, 걷는 길 바로 옆 도로를 바삐 움직이는 허름한 빨간색 택시들이 보였다.
마침 보인 작은 슈퍼에 들러 군것질거리를 사들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 날 페스의 메디나를 본격적으로 돌아보기로 했다. 숙소에서 메디나까지는 슬슬 걸어 갈 수 있을 만한 거리라 판단하고 차를 놓고 걸어가기로 했다. (돌아올 때 살짝 후회했다.) 페스의 아침공기는 꽤 상쾌했다.
걸음의 첫 목적지는 페스 왕궁(The Royal Palace)이었다.
이 곳은 페스 메디나 서남쪽 외곽에 위치한 알마크젠 왕궁을 가리킨다. 안타깝게도 내부 입장은 불가능했기에 페스 왕궁의 한쪽 면만 감상했다. 국왕이 자주 방문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개방하지 않는다고 한다. 내부는 어떨지 모르지만 외관은 그리 화려하지는 않았다. 전형적인 이슬람 양식으로 건축된 이슬람 특유의 초록색 지붕과 아라베스크 문양, 아치형 대문을 볼 수 있었다. 의외로 왕궁 반대편에 시원하게 펼쳐진 대형 광장이 꽤 인상적이었다.
페스 메디나 여행의 시작은 블루게이트(Blue Gate)다.
외관에 새겨진 짙은 푸른색(신문화 상징)과 초록색(이슬람 상징)의 문양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페스를 상징하는 대문이며, 메디나와 신시가지를 연결한다. 현지인들에게는 밥 부즐렛(Bab Bou Jeloud)으로 불리기도 한다. 메디나는 보통 블루게이트에서 좌측이나 우측 길로 크게 한 바퀴 돌아 다시 블루게이트까지 오는 루트로 둘러보면 되는데 2개의 메인 도로를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골목이 뻗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어쨌든 블루게이트부터 호객하는 상인들과의 신경전이 시작되었다. 잠시만 멈춰 서면 그들은 어딘가에서 어김없이 나타났다. 깜짝깜짝 놀랜 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들은 끈질겼다. 사진 찍는 것도 거의 불가능했다.
9천개가 넘는 미로같은 골목은 상상이상으로 복잡했다. 좁은 양옆으로 빼곡히 들어 찬 각종 상점들, 중앙으로 수많은 관광객과 상인들이 뒤섞이고 여기저기서 뿜어져 나오는 독특하고 쾌쾌한 냄새들이 정신을 혼미하게 했다. 길을 잃을 수 밖에 없는 완벽한 환경이었다.
어딘지도 모르는 곳을 걷다보면 서서히 가죽냄새가 코를 찌르기 시작한다. 가죽 염색 작업장, 즉 테너리가 가까이 있다는 신호였다. 입구를 찾으려 두리번 거리니 이번에도 어김없이 누군가가 다가왔다. 우리의 작은 움직임이 들킨것이다. 10디르함 정도만 주면 테너리 입구까지 안내해 줄 거라는 정보를 가지고 있었지만 왠지 따라가기가 썩 내키지 않아 돌아섰다. 살짝 아쉽기도 했지만 당시는 너무 강렬한 그곳의 악취까지 겹쳐 작업장을 보고야 말겠다는 욕구까지도 꺽어버렸다.
악취의 근원은 가축의 배설물로 가죽에 염색 원료가 잘 스며들게 하기위함이라고 한다.
테너리 근처 상점은 거의 대부분 가죽제품을 판매하는 곳이 늘어서 있었다. 흥정만 잘하면 저렴한 가격은 질좋은 가죽제품을 할 수 있다고 한다.
테너리의 향기(?)를 뒤로 하고도 한참을 더 골목 이곳저곳을 열심히 헤매고 다녔다. 음식을 파는 곳 가까이가면 어김없이 강한 향신료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처음 맡아보는 냄새가 대부분이었다.
어느 순간 골목을 빠져나왔다. 향신료 냄새가 밴 살짝 지친 몸을 그늘에 잠시 쉬게해 주었다. 태양은 어느 새 내 정수리 바로 위에서 강한 빛을 내려 꽂고 있었다.
페즈의 메디나를 뒤로 하고 다시 조금은 한적한 길로 들어섰다. 여유를 가지고 머리를 식히며 숙소로 다시 길을 향했다.
돌아오는 길은 메니나와는 또다른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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