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 아나우는 남섬 최대 호수인 테 아나우 호숫가에 펼쳐진 인구 3천명 정도의 조용한 소도시이다. 국립공원 관문에 해당하는 곳으로 보통 여름철에 관광객들이 붐비는 곳이라고 한다. 이곳을 일정에 넣었던 이유는 내가 여행간 시기가 9월말이라 관광객이 많지 않을 것 같았고 여행 중간에 휴식같은 날을 보내고 싶었다. 그런 마음을 알았는지 아침부터 날씨가 심상치 않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내리는 날의 운전은 힘들었지만 내 계획에 맞게 굳이 아무것도 하지않아도 될 환경이 조성되었다.
테 아나우에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다. 비는 점점 더 세게 내리기 시작했고 금방 그칠 비도 아니었다. 마침 테 아나우 입구에 마치 넓은 공장같은 곳을 개조해서 만든 것 같은 카페테리아에 들어가 간단히 커피와 빵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숙소에 도착했다. 작은 마을 답게 주인분도 어느 인상좋은 할머니셨다. 체크인 해주시면서 뭐라고 말씀을 하셧다. " Day Night time Forward 1hr....블라블라" 서머타임이 시작되니 다음날 되기 전에 한시간을 앞으로 맞추라는 뭐 그런이야기였다.
서머타임은 여름철에 표준시보다 1시간을 앞당겨 놓는 것. 우리나라도 예전에 시행했던 기억이 있는데 아주오랜만에 서머타임을 경험해 신기했다.
뉴질랜드의 경우 매년 9월 마지막 주 일요일에 시작하여 그 다음해 4월 첫번째 일요일에 끝이 난다. 그 기간에 우리나라와 시차가 4시간이 되는 것이다. (서머타임 기간이 아니면 시차는 3시간이다.)
짐을 풀고 먹거리를 사기위해 마트로 향했다. 비도 오고 써늘해서 인지 거리에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는데 마트에 들어서니 사람들이 북적였다. 다들 같은 마음이었나 싶다. 마트는 생각보다 무척 컸다. 어쨌든 이것저것 사서 돌아오는 길에 호수는 한번 보자싶어 호수쪽으로 차를 몰아서 갔지만 안개까지 잔뜩 껴서 잘 보이지도 않았다. 빠르게 포기하고 숙소에 돌아와 배부르게 단백질을 보충했다. 먹는게 남는 법.
다음날 목적지는 '인버카길'이란 해안 도시.
인버카길은 스코틀랜드에서 온 이민자들이 개척한 도시로 인구는 약5만명이며 남섬에서 세번째로 큰 도시이다. 도시크기에 비해 관광객은 비교적 적어서 지나다니는 사람에 비해 거리가 유난히 넓다는 인상이 강한 곳이다. 시내에는 넓은 공원과 역사적인 건물이 많은 게 매력이라면 매력인 곳이다.
테 아나우에서 천천히 가도 2시간이 안걸리는 거리인지라 블러프(Bluff) 라는 곳을 들르기로 했다. 블러프는 우리나라의 해남 땅끝마을 같은 곳으로 뉴질랜드 남쪽 끝을 가볼 수 있는 것이다. 북섬의 레잉가 곶에서 시작되는 1번 국도가 블러프에서 끝난다고 한다. 인버카길에서는 약 27km정도 떨어진 가까운 곳에 있었기에 안가볼 이유는 없었다. 세계 각지의 방향을 나타내는 표지판이 있는 스탈링 포인트로 가면 너무나 아름다운 푸른 바다가 펼쳐져 보이고 노란색의 이정표가 있다. 이곳이 바로 포토존이다. 사진찍으려고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곳이다. 사람들이 쳐다보고 있어서 좀 챙피하지만 사진은 포기할 수 없다.
근처에는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카페도 있고 해변 산책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한가지 놀란 것은 공동화장실이 있는데 너무 깨끗하고 문이 버튼식 자동문이었다. 뉴질랜드와서 자연이 너무 아름다운 것에 감탄했지만 유난히 어딜가든 화장실이 너무나 깨끗하고 좋았다. 돈도 받는 곳이 없다. 우리나라보다 깨끗한 화장실은 뉴질랜드가 처음이었다.
인버카길의 숙소도 마운트 쿡에서 머물렀던 숙소 다음으로 훌륭했던 곳이다. 특히 넷플렉스를 무료로 볼 수 있었다는 것.
당시 질리언 앤더슨 주연의 'The Fall'이라는 영국드라마를 시즌3까지 잠을 줄여가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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