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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좋다/뉴질랜드_남섬

[여행]7.크라이스트처치_뉴질랜드 남섬

by Conatus_bori 2020. 10. 29.

※ 크라이스트처치

4시간가량 비내리는 길을 달려 도착한 뉴질랜드 남섬 마지막 여행지 크라이스트처치. 저녁 8시쯤 도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몸은 지쳐있었지만 어차피 4박을 계획했기에 마음만은 여유로웠다.

 

남섬관광의 거점 도시인 크라이스트처치는 2011년 2월 발생한 대지진 때문에 대성당을 비롯한 많은 건물들이 붕괴된 탓에 내가 방문했던 당시(2018년 10월초)에도 여전히 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아직 보수중인 대성당 모습

크라이스트처치는 대성당을 중심으로 주요 관광 명소가 자리하고 있어 걸어서 돌아볼 수 있다. 도시 중심부에는 에이번 강이 흐르고 대성당을 중심으로 교외를 향해 바둑판 눈금처럼 도로가 쭉 뻗어 있다. 녹음이 짙은 거리가 아름다워 '가든 시티'라는 별칭이 붙여졌다고 한다여기 주민들은 정원 가꾸기에 매우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렇게 잘 가꿔진 정원은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행복하게도 하지만 해마나 정원 콘테스트가 열릴 정도라고 한다.

 

가장 먼저 가본 곳은 켄터베리 박물관이었다. 

이곳은 마오리 문화, 개척시대 역사, 남극탐험 관련 전시 등 다양한 주제로 꾸며져 있는 박물관으로 기부제를 통해 운영되고 있었다. 이민 초기 거리도 재현해 놓아 크라이스트처치 옛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마치 그 시대로 돌아가 거리를 걷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돌아보다보니 하루로는 부족한 느낌이 들어 하루를 더 할애해 방문했던 곳이기도 했다.

 

 

해글리 공원  1만 종의 다양한 식물이 있고 그 중 장미 250종을 모아 놓은 장미 정원이 특히 볼 만한 곳이었다. 그 근처에 있는 보타닉 가든은 일종의 식물원으로 그 안에 온실과 냉실이 있어 열대식물부터 고산식물까지 다양한 종을 볼 수 있었다. 생각보다 상당히 넓고 ('토스트 랙'이라고 부르는 전기 자동차도 운행한다.) 걷기만 해도 왠지 건강해 지는 느낌이었다. 그 안에는 예쁜 카페와 선물가게도 있었다. 식물향기 가득한 카페에서는 차 한잔과 디저트를, 선물가게에서는 다양한 친환경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구매도 물론 가능했다.

 

 

다음날은 대성당을 시작으로 걷는 여행을 했다. 걸으면서 즉석에서 가고 싶은 곳을 선택해서 보기로 했다. 맨 처음 눈에 띈 곳이 아트갤러리였고 들어가보니 관람료도 무료였다. 내가 작품에 대한 안목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수준은 꽤 괜찮아 보였다.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와서 즐기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 아트갤러리 건물 창으로 보이는 모습

다시 걸음을 옮겨 도착한 곳은 빅토리아 광장.

생각보다 작고 조용한 모습이었다. 바닥은 대부분이 잔디로 덮여 있었고 영국 빅토리아 여왕과 탐험가 캡틴 쿡 동상이 보였다. 광장을 가로지르는 에이번 강에 걸려 있는 크라이스트처치에서 가장 오래된 철교도 있다.

※ 빅토리아 광장

드디어 뉴질랜드 남섬여행 마지막 날, 기억의 다리와 종이성당을 가보기로 했다. 기억의 다리는 에이번 강에 걸려 있는 아치 석교로 1차 세계대전 당시 다리 부근에 있던 킹 에드워드 병영에서 전선으로 가는 병사들이 가족과 친구, 고향 사람들의 배웅을 받았던 곳으로, 이 다리를 건넌 후 크라이스트처이 역을 통해 서아시아, 유럽으로 출정했다고 한다. 병사들이 이 다리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런 사연을 가지고 있는 다리를 보고 있자니 뭔가 뭉클했다. 그날 따라 하늘도 흐려서 더 그런 기분이 들었던것 같다.

※ 기억의 다리

종이성당은 2011년 강진으로 무너진 대성당을 대신해서 일본인 건축가 반 시게루가 설계한 종이로 만든 임시 성당이다. 방수가공을 한 불연성 종이 튜브를 사용 했고, 50년을 견딜 수 있다고. 성공회 의뢰로 무상으로 설계했다고 한다.

실제 안에 들어가면 종이로 만들어졌다고는 생각이 안될 정도로 매우 견고해 보였다. 크지는 않았지만 그 엄숙한 분위기는 다른 대형 성당에 밀리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조용히 의자에 앉아 두손을 모은 채 기도드렸던 기억이 난다.

※ 종이성당 (언뜻보면 성당같아 보이지 않는다)

종이성당까지 둘러본 후 뉴질랜드에서의 마지막 점심을 먹기로 했다. 여행 마지막 날의 아쉬움을 캔터베리 박물관과 보타닉 가든 한 번 더 방문하기로 결정하고 향하는 도중 보이는 식당에 들어갔다. 테이블이 10개도 안되보이는 작고 고풍스러운 곳이었다. 큰 기대없이 주문 후 음식이 나왔는데 너무 맛있었다. 뭔가 한국인에게 익숙한 그런 맛이었다.

※ 뉴질랜드에서 먹은 마지막 점심 메뉴

나의 뉴질랜드 남섬 여행은 마지막까지 두 눈에 가득 아름다운 기억을 담고 마무리 되었다. 

 

뉴질랜드 남섬은 다녀본 나라 중 자연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었다.

사람보다 소나 양을 더 많이 만난 곳이며,

가장 조용하고 여유있는 여행지였다.

특별할 게 없는 것이 더 특별하게 느껴졌던 곳이다.

온전히 자연을 느끼고 싶다면 뉴질랜드 여행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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