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 반경 마드리드 공항에 도착했다. 도착 후 얼마 되지 않아 민박집 사장님으로부터 카톡 메세지를 받았다. 우리와 같은 시간에 도착하는 분이 있다며 괜찮으면 함께 택시를 타고 숙소로 오는 걸 부탁했다. 택시비 부담도 줄일 수 있었기에 나는 흔쾌히 허락했고 연락처를 받아 메세지를 보냈다. 어렵지 않게 만나 우리는 함께 숙소로 향했다. (이것도 인연인지라 여기 마드리드와 다음 여행지였던 세비야에서 일부 일정을 함께 했다.) 마드리드 시내는 전 구역이 정액제로 숙소까지는 30유로를 지불했다.
숙소 도착해 짐도 풀기도 전, 숙소 사장님의 마드리드에 설명이 이어졌다. 유익한(?) 설명을 듣고 바로 버스를 타고 솔광장(Puerta del Sol)으로 향했다. 마드리드의 중심인만큼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광장 곳곳엔 행위예술가와 뭔가 묘기 같은 걸 부리는 사람도 볼 수 있었다.
[솔광장(Puerta del Sol)]
솔광장은 태양의 문이란 뜻으로 16세기까지 스페인의 영광을 상징하는 지금은 사라진 태양을 새긴 문이 있었던 곳이라고 한다. 이 곳 중앙에는 말을 탄 카를로스 3세 동상을 볼 수 있고, 스페인 각지로 통하는 9개 도로가 이 광장에서 시작한다.
발길을 옮겨 마요르광장 (Plaza Mayor)쪽으로 걸어가다보면 'CHOCOLATERIA SAN GINES' 라는 유명한 마드리드 츄러스 맛집이 있는데 배도 채울겸 일부러 찾아간 곳이다. 줄을 서있는 사람들 모습에 '얼마나 맛있길래?' 라는 호기심이 솟아올랐다. 입구에 들어서면 강한 쵸코렛향과 커피향이 뒤섞여 식욕을 자극하기 시작한다.
겨우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한 후 (셋트로도 메뉴가 구성되어있다.) 흠뻑 기대에 찬 얼굴로 기다렸다. 츄러스 6조각, 커피잔에 가득담긴 쵸코렛과 커피가 각 한잔씩 아주 평범해 보이는 접시와 커피잔에 담겨 나온다. 긴 비행 후 마침 단게 땡기던 때에 먹어서 인지는 모르지만 진심으로 맛있었다. 쵸코렛도 그리달지않고 의외로 단백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츄러스는 쫄깃쫄깃하다. 쵸코렛과 츄러스의 궁합이 이렇게 좋을 줄 몰랐다. 평범함에서 나오는 특별함은 언제나 더 특별한 것 같다.
입안에 기분좋은 맛을 가득 담고 찾아간 곳은 [마드리드 왕궁 (Palacio Real)]이었다.
왕실 가족은 몇 년 전 사르수엘라 궁전으로 거처를 옮겨 현재는 가끔 열리는 왕실 행사 때만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마드리드 왕궁은 이탈리아 바로크 양식으로 펠리페 5세 때 건설되었고 완공되기 전 그가 사망하면서 원래 계획의 4분의 1수준인 2,800개의 방을 갖췄다고 한다. 만약 계획대로 지어졌다면 방 개수만 만개가 넘었을 것이다.
왕궁 내부관람도 가능 (1인당 11유로)한데 스페인의 보석같다는 말도 있는만큼 무척이나 화려했다. 건물 한쪽에는 당시 사용했던 다양한 무기들을 전시해 놓은 곳도 관람할 수 있다.
[프라도 미술관 (Museo del Prado)]
스페인에 온 만큼 미술관 관람은 빼놓을 수 없는 장소이다. 세계 최고의 미술관으로 알려져 있는 프라도 미술관으로 향했다. 이곳은 고야, 벨라스케스, 엘 그레코 같은 스페인 작가는 물론 유럽 최고 거장들의 작품 약 7천점 이상을 소장하고 있고 이 중 약 1,500점을 전시한다고 한다.
오후 6시부터는 무료관람이 가능하다고 하여 마침 시간도 얼추 맞아 기다렸다. 그런데 미술관을 넘어 길가까지 사람들이 이미 줄을 서있었다. 다행히 생각보다 오래 기다리지 않고 관람했고 역시나 고야작품이 가장 좋았다.
저녁은 빠에야가 맛있기로 유명한 곳이라며 숙소 사장님이 추천해 준 'Topolia'.
내 생애 처음 맛본 빠에야는 너무 짜서 깜짝 놀랬다. 당시에는 다시는 못 먹겠다 싶었지만 그 이후 자꾸 생각이 났던 빠에야.
마드리드의 이튿날은 마드리드 근교 여행으로 정했다. 대표적으로는 세고비야와 톨레도가 있지만 하루에 두 곳을 모두 가기에는 무리겠다싶어 우리는 세고비야를 가기로 결정했다. 세고비야 행 버스를 타기위해 Puerta del Angel 역에 도착했다. 벌써 오전표는 매진이 되있었고 할 수 없이 오후 2시 출발 티켓을 구매했다.
[세고비야]
세고비야는 마드리드 북서쪽에 있는 성채 (알카사르, 대성당)도시로 한때 카스티야 지방의 중심지였다. 1985년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한 이곳은 로마시대 수도교와 백설공주에 나오는 성의 모델이 된 알카사르도 유명한 곳이다. 로마시대 수도교는 길이 728m, 높이 28m 로 오로지 화강암 블록을 겹쳐 쌓아 만든 2단 아치형 다리이다. 1세기경 트라야누스 황제시대 건설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현재도 수로로 이용되고 있다는 걸 보면 얼마나 견고한지 알 수 있다. 실제봐도 그 웅장함과 견고함이 놀랍다.
백설공주에 나오는 성의 모델이 된 알카사르를 찾아갔다. 보는 순간 바로 백설공주 만화가 떠오른다. 금방이라도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들이 반겨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세고비야의 이곳 저곳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면 마치 중세시대에 와있는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이곳을 보다보니 톨레도를 못가보는 아쉬움이 더 커졌다. 찾아보니 톨레도는 1561년 펠리페 2세가 수도를 마드리드로 옮기기 전까지 스페인의 정치·행정의 수도였고 오랜시간 군사적 요충지였다고 하니 세고비야 보다 더 중세시대를 느낄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어쩔수 없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오다보니 어느새 어둠이 깔려있었다. 지하철역에서 숙소까지 걸어오는길에 자그마한 분수쇼를 하고 있었다. 마드리드에 더 머물지 못하는 게 못내 아쉬웠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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