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르하의 깊은 여운을 안고 다음 행선지 그라나다로 향했다. 차로 2시간도 안걸린 그리 멀지 않은 길이었다. 그라나다로 들어서자 차가 지나가기에는 너무도 좁은 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길 찾기도 쉽지 않았고 민박사장님도 아예 차를 반납하고 숙소로 오라고 했다. 주차할 곳이 없다면서. 그럴만 했다. 반납장소에 도착했지만 오늘이 마침 토요일이었던지라 문이 닫혀 있었고 대신 문에는 주말반납장소에 대한 약도가 따로 붙여 있었다. 길이 익숙치 않으니 같은 길을 돌고 또 돈 후 겨우 찾았다. 결국 그라나다에서는 렌트카가 완전 짐덩어리가 되었다.
겨우 렌트카를 반납하고 택시를 탔다. 사람과 차가 거의 닿을듯한 좁디 좁은 골목을 누비는 택시를 타고 오면서 '여기 숙소는 네비게이션을 보고 운전했어도 못찾았겠다' 싶었다.
숙소에 도착해 짐풀고 간단히 저녁을 해결했다. 메뉴는 한국에서 가져온 신라면. 왜 해외에서 먹는 라면이 항상 더 맛있을까? 저녁엔 알바이신 지구 전망대에 가서 알함브라 궁전 야경을 감상하기로 했다. 해지기 전에 올라가서 해질 때까지 있으면 좋았겠지만 시간이 허락되지 않았기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C3 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택시도 겨우 지나가는 길을 버스가 지나가니 차장문 곁을 지나가는 사람들과 진짜로 내얼굴이 부딪칠 것 같았다.
스릴(?)넘쳤던 버스에서 내려 조금만 걸어가다보면 사람들이 북적북적 모여 떠들며 사진찍고 있는 야경 핫스팟을 발견할 수 있다. 저 멀리 새까만 곳에 알함브라 궁전만 불타는 듯 환하게 빛나는 걸 볼 수 있다. 조명을 아주 극적으로 잘 이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이 얼마나 낭만적이던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가장 전망이 좋은 곳에는 연인들이 아주 그냥 영화를 찍어대고 있었다. '나 사진 좀 찍게 옆으로 비켜줄래?' 라고 용감하게 말하고 싶었지만 스페인어를 못해서 포기했다.
야경을 다 보고 난 후에는 전망대에서 걸어서 내려왔다. 내려오면서 그 곳의 저녁삶을 함께 느껴보았다. 밤늦은 시간인데도 활기가 넘쳤다.
다음 날은 그라나다 여행의 절정, 알함브라궁전을 보러갔다. 입장권은 오전 9시 반으로 미리 한국에서 예약했기에 시간 맞춰서 도착하면 되었다. 아침 일찍부터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알함브라하면 누구든 바로 기타연주곡 '알람브라의 추억'이 떠오르지 않을까? 이 곡은 실연한 작가가 실제 알람브라궁전을 여행하던 중 지은 것이라고 한다. 나도 알함브라를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그 기타연주곡을 입으로 흥얼거렸다.
알함브라는...
아랍어로 '붉다'라는 뜻을 지닌 궁전이자 이베리아 반도를 지배하던 이슬람 세력의 최후 요새였다. 1238년 ~1358년 사이에 지어졌으며, 그라나다 지역에서 머물던 아랍 군주의 저택이었다. 이슬람 세력은 이베리아 반도로 진출해 이사벨 여왕에 의해 쫓겨나는 1492년까지 무려 800여 년이나 이 땅을 차지했다. 그러나 가톨릭 왕국들이 영토를 되찾기 위해 점차 남하하자 세력을 잃은 이슬람 나스르 왕조는 본거지를 그라나다로 옮겼다. 그리고는 적들의 공격으로부터 자신들을 지키고자 높은 사비카(Sabika) 언덕 위에 요새를 짓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알람브라 궁전의 시초였다.
알람브라 궁전은 크게 네 개 구역으로 나뉘는데, 알람브라의 심장부이자 핵심인 나스르 궁전(Palacios Nazaries), 여름 별궁이자 물을 보관하는 저수지를 둔 헤네랄리페(Generalife), 성채인 알카사바(Alcazaba), 르네상스 풍 플라테레스코 양식의 카를 5세 궁전(Palacio de Carlos V) 이다. 나스르 궁에는 사자의 중정이 있는데 여기는 왕만이 출입가능한 곳으로 중앙에 사자 12마리가 대리석으로 조각되어 만들어진 수반이 있다.
알함브라궁전을 보고 있으면 아름답기도 하지만, 가톨릭세력에 맞서 마지막까지 지켜내려 했던 이슬람세력의 투지도 함께 느껴졌다. 그리고 그 넓은 곳 구석구석 물이 끊이지 않고 계속 흐르는 걸 볼 수 있는데 그 옛날 그들의 수로건설기술 또한 놀랍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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