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나다에서 스페인의 마지막 여행지인 바르셀로나까지는 비행기를 이용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마치 하늘이 아닌 남극이나 북극의 바다를 항해하는 듯했다.
바로셀로나는 그라나다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유럽풍의 진한 도시 특유의 분위기와 고딕 양식의 건물들, 고대 로마 도시의 흔적들이 어우러져 바로셀로나만의 매력을 한껏 뿜어내고 있었다.
'라 람블라'거리에 있는 호텔을 숙소로 정했다. 사실 원래 카탈루냐 광장근처의 한인민박으로 예약을 했으나 그쪽의 갑작스러운 상황으로 이용을 못하게 되어 전날 급하게 다시 예약한 곳이었다. 2분 정도만 걸으면 ‘라 람블라’거리였다.
'라 람블라'거리는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유명한 거리로 관광의 중심이자, 카탈루냐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통로같은 곳이다. '라 람블라'라는 이름은 한때 이곳에 흐르던 개천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플라타너스가 늘어선 거리 중앙은 널직한 보행자 전용길이 조성되어있고 양 옆으로는 좁은 차선이 나 있다. 거리에는 노점 상인, 거리 악사와 화가, 마임이나 행위예술을 하는 사람들로 지루할 틈이 없다. 이처럼 거리 곳곳에 볼거리가 가득하고 한쪽에는 바리 고틱이 다른 한쪽에는 엘 라발 지구가 펼쳐진다.
거리 중간 쯤 길 바닥에 수많은 꽃다발이 모여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지난 2017년 8월 차량돌진 테러로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뉴스에서도 당시 크게 보도되어 기억이 났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길...
라 람블라 거리를 걷다보면 스페인의 모든 식재료를 구할 수 있다는 유럽 최고의 시장, ‘보케리아 시장’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마싯다’라는 한국식당이 있다고 하여 더 기대했던 곳이다. 이곳은 옛 성 요셉 수도원이 있던 자리에 꽤 오랬동안 공사한 (1840-1914)끝에 들어섰다고 한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입구에 들어서면 농축산물 시장이 들어차있는 걸 볼 수 있는데 가게들과 사람들 사이사이를 누비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기게 된다. 안타깝게도 '마싯다'식당은 바로셀로나를 머문 동안 한번도 문을 열지않았다. 아마도 내가 간 때가 우리나라 추석명절과 겹쳐서 그런게 아니었다 싶다.
라 람블라 거리의 끝에 다다르면 콜럼버스 탑과 벨항구를 볼 수 있다. 콜럼버스 탑 높이는 60m로 광장 중앙에 우뚝 서있다. 오른손으로 어딘가를 가르키고 있는 모습이 강렬하다. 그는 과연 대담한 신대륙개척자인가? 아니면 잔인한 식민지개척자인가? 콜럼버스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어쨌든 여기 탑안에는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조그마한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4명정도 탈수 있고 올라가면 바르셀로나 도시 전경을 360도 볼수 있다고 한다. 당시 분명 가까이서 보고 사진도 찍었는데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건 알지 못했다.
그 바로 옆에는 바르셀로나의 해상 무역의 중심지, 벨항구가 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돌아온 항구라고 한다.
긴 다리처럼 연결해놓은 길을 걷다보면 항구 전체를 볼 수 있다. 비릿한 바다냄새과 함께 수많은 갈매기들도 만날 수 있다. 맘 느긋하게 산책하다보니 점점 날이 저물기 시작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보러가는 일정을 제외하고는 한정된 시간에 바르셀로나를 좀 더 구석구석 돌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게 버스시티투어였다. 총 3개 노선 (빨간선, 파란선, 녹색선)이 운영되었고 티켓한장으로 모두 이용가능했다. 시티투어의 시작과 끝은 까탈루냐 광장이었다.
시티투어는 어디나 그렇듯 내리고 싶은 곳에서 내리고 다시 그 자리에서 버스를 탈수 있었다. 나는 호안미로미술관과 국립박물관, 까사바트요에서 내려 시간을 보냈다. 국립박물관의 경우는 외부에서 바라보는 박물관 건물 모습과 멀리 바라다 보이는 풍경이 특히 압권이었다.
구엘공원
미리 티켓 예약이 필요한 곳 중 하나임을 알았다. 설마 했는데 당일 하루 예약이 이미 완료되어 있었다. 아쉬운 마음에 앞에서 그냥 사진만 찍었는데 그래도 다행히 건물 전체 윤곽정도는 뚜렷이 볼 수 있었다. 가우디의 건축물을 보면 직선보다는 곡선이 눈에 많이 보이는데 그때문인지 특이하기도 하고 건물에서 온화한 느낌을 받는다.
라 페드레라
버스에서 내리지 않고 지나면서 본 라 페드레라. 건물의 곡선을 보면 한눈에 봐도 가우디의 손길이 닿아 있음을 알수 있었다. 1905년에 설계해 1910년에 완공한 아파트 겸 사무실 건물이라고 한다. 가우디 공간이라 불리는 다락방과 옥상, 아파트 꼭대기 층을 일반인에게 공개하는데, 그 중에서도 옥상의 거대한 굴뚝 통풍관이 인상적인 곳이다.
까사 바트요
가우디 유명한 건축물 중 하나인 카사 바트요는 유럽에서 가장 독특한 주택으로 손꼽히는 것으로 물결치는 파도를 형상화한 창틀과 발코니 주변으로 타일이 벽면을 수놓고, 울퉁불퉁한 색색의 타일 지붕이 그위를 덮고 있다. 현지인들은 '뼈의 집' '용의 집'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부른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발코니가 괴상한 짐승의 턱뼈 같은 모양이었다. 내부는 들어가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내부가 더 화려하고 모든 것이 빙글빙글 도는 모양이라고 한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가이드 북에서 추천한) 바리 고틱 도보 여행을 하기로 했다. 걸으면서 바르셀로나가 '바르시노'라 불리던 로마 시대부터 중세 시대까지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 대성당을 시작으로 산트 펠립네리 광장->산타마리아 델 피 성당->레이알 광장->로마신전유적->레이 광장까지 총거리는 1.5km, 소요 시간은 넉넉잡아 2시간 코스였다.
현재와 과거가 마치 그라디에이션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바로셀로나는 어색하지 않은 조화로움이 아름다운 도시인 것 같다.
바르셀로나 마지막 날 피카소미술관을 찾아갔다. 마침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사실 피카소하면 그 만의 특별한 추상화들이 떠올라 그림이 어렵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그런데 이곳은 피카소의 초기작을 주로 다루고 있다고 하여 큰 기대를 안고 갔던 곳이다.
피카소미술관은 구조부터 독특했는데 나란히 자리한 5채의 중세 석조 저택에 들어서 있었다. 특히 아름다운 정원과 갤러리, 계단까지 옛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작품 못지않은 볼거리였다.
피카소의 어렸을 때부터 성인이 되어서 까지 작품을 순서대로 감상할 수 있었다. 6살때 그렸다는 그림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사실적이면서 아름다웠다. 피카소의 재능과 천재성을 확인하기에 부족함 없는 공간이었다. 분명 그림을 보고 있는데 그 사람의 일생을 함께 겪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림보는 맛'을 알려준 피카소미술관. 피카소가 스페인 출신이란것도 새삼 알게 되었다.ㅎ
관람 후, 블로그를 보고 찾아간디저트 맛집 'Pasteleria Escriba'. 보케리아 시장 근처에 있었다. 가게가 크지 않았지만 너무 예쁘고 직원들도 밝고 친절했다. 맛은 말할것도 없었고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졌다. 반드시 가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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