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르와의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아드리아 해의 휴양도시, 스플리트(Split)로 향했다.
차창 밖 편도 2차선 도로 끝으로 보이는 새파란하늘, 그에 맞닿아 있던 너른 산맥들과 지평선이 마치 구도 잘 잡힌 카메라 프레임 안 풍경인 듯 보였다. 그것들에 내가 가까이 가고 있는건지, 그것들이 나에게 다가오는 건지 속도 변화없이 오래 운전을 하다보면 헷갈리는 그런 순간이 있다. 난 그것이 렌트카여행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시공간을 여행의 한 조각으로 기억하게 해주는 것.
스플리트는 아드리아 해와 마주하는 항구도시이며, 크로아티아 제 2도시로 수도 자그레브 다음으로 큰 곳이다. 기원전 그리스의 거주지로 건설되었고, 그 후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가 황제 자리에서 물러난 후 거대한 궁전을 지어 본격적으로 도시로 발전 했다고 한다.
크로아티아의 서남부에 위치해 있는 스플리트는 오전부터 온기가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서둘러 숙소를 나섰다. 그리멀지 않은 곳에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이 있어 도보로 이동했다.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한 이곳은 생각보다 규모는 크지 않았다. 이곳엔 총 네 개의 문이 있는데, 동문 실버게이트는 그린 마켓, 서문 아이언게이트는 마르몬토 거리, 남문 브론즈게이트는 리바 거리, 북문 골든게이트는 그레고리우스 닌의 동상과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궁전 중앙에는 관광객들로 가득 차 있어 지날때마다 어깨를 부딪치며 걸었다. 날은 덥고 짜증날만도 하지만, 북적임이 주는 여행의 맛이 있지 않은가.
궁전 옆 성 돔니우스 대성당이 있는데 꼭대기 종탑에 오르면 스플리트의 전 시가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고 한다.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 북문 맞은편엔 종교 지도자 그레고리우스 닌의 동상이 4.5m 높이로 우뚝 서 있었다. 이 동상을 보면 유난히 엄지발가락 쪽 색이 바랜 걸 볼 수 있는데 이 엄지발가락을 손으로 문지르면 행운이 온다는 속설이 있어서 라고 한다. 나도 열심히 문질렀는데 그 이후 행운이 왔었던가?
스플리트의 또 하나의 유명한 볼거리, 리바거리로 갔다. 거리로 들어서자 이 곳이 바로 항구 도시임을 한눈에 알게 해주었다. 거리 양끝에 늘어서있던 야자수들과 한낮 햇살이 아름답게 빛나는 리바거리를 볼 수 있었다.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길가 벤치에 앉아 아드리아 해를 바라보는 것도 매우 낭만적이었다.
거리는 밤이 되면 사람들도 더 많아지고 거리식당들이 켜놓는 불빛과 어우러져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다. 곳곳에는 작은 음악공연도 펼쳐져 축제에 온 것 같았다.
스플리트의 야경을 보려면 마리얀 언덕으로 올라가야 한다. 언덕을 올라가면 가든처럼 꾸며져 있는 예쁜 카페가 있었다.
야경이 잘 보일 만한 곳에 자리를 잡고 차한잔하면서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 한 여름이서인지 저녁 8시정도 되어서야 석양이 지기 시작했다. 붉은 지붕위로 붉은 기운이 내려 앉아 한참을 불태우다 보면 어느새 달이 서서히 모습을 들어내기 시작한다. 어떤 말이 필요할까. 아름답다는 표현 말고는 생각나는 단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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