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의 마지막 여행지였던 자그레브(Zagreb).
무척이나 더웠던 남부지방을 지나 온터라 북서쪽에 위치해 있는 자그레브는 꽤 쾌적했다. 여름인데도 그리 온도가 높지 않았다.
자그레브는 크로아티아의 수도로 입법, 행정, 경제, 예술, 과학 등 모든 분야가 집중된 곳이다. 그런만큼 도시느낌을 물씬 풍긴다. 하지만 번잡한 느낌은 없다.
도착하자마자 우리가 찾은 곳은 의뢰로(?) 한국식당이었다. 해외 나가면 그 나라에 있는 한국식당을 꼭 한번이상 찾아가는 게 나의 여행루틴이었다. 한식을 먹어야 힘이나는, 나는 한국사람이니까.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있어 구글맵의 도움을 받아 찾아갔다.
자그레브 여행의 시작은 유럽도시들이 늘 그렇 듯 중앙광장이다. 바로 반옐라치치 광장.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를 이어주는 곳이기도 하다. 광장 중앙에는 반옐라치치 (19세기 당시 헝가리의 지배 아래에서 영주였고 독립을 추진한 인물이라고 한다.) 동상이 있고 광장을 빼곡히 둘러싸고 있는 고풍스럽고 세련된 건물들, 그 사이를 오가는 많은 사람들, 광장 너머 도로엔 끊임없이 사람들을 실어 나르고 있는 전차가 보였다.
자그레브를 대표하는 건물은 단연 자그레브 대성당과 성 마르코 성당이다. 대성당 첨탑 높이는 108m로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높은 성당이라고 한다. 방문 당시 성당은 보수 공사 중이었는데 지금은 어떨지 궁금하다. 성당 안을 조심스럽게 들어가 보았다. 내부는 생각보다는 크지 않았지만 엄숙하면서 근엄했던 당시 분위기는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곳곳에는 기도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우리는 무엇에 이끌린 듯 (천주교 신자도, 계획한 것도 아니었지만) 잠시 무릎 꿇고 기도하는 시간을 갖었다. 성당 밖으로 나오면 바로 앞에 금빛을 띈 성모 마리아 기념탑이 보이는데 맨 위 성모마리아상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치 나를 따뜻한 시선으로 내려다 보고 있는 듯했다.
걸음을 옮겨 성 마르코 성당을 찾아갔다. 지붕의 화려한 모자이크가 다른 성당 건물들과는 차별화 되어 있는 곳이다. 개인적으로는 성당규모가 작아서인지 아기자기 귀여웠던 성당으로 기억하고 있다.
성 마르코 성당을 본 후 내리막 길을 내려오다 보면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기도하는 사람들이 보이는데 바로 스톤 게이트 (돌의 문)이다. 1731년 화제에서 유일하게 불타지 않고 남은 성모 마리아의 그림을 모셔둔 곳으로 '기적의 힘'을 믿으며 많은 현지인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린다고 한다. 당시에도 기도하는 사람들이 방해받지 않도록 조심조심 지나갔던 기억이 난다.
트칼치체바 거리는 자그레브 구시가지를 거닐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나치게 되는 거리이다. 약 500m 정도 길이에 양 옆으로 늘어선 카페와 펍, 식당들이 보인다. 낮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지만 저녁이 되면 엄청 붐빈다고 한다. 다른 무엇보다 가게들의 간판이 매우 특색있고 매력적이어서 그런지 눈낄을 사로 잡았다.
자그레브의 구시가지는 꼭 명소가 아니어도 발길 닿는 곳곳마다 시선을 잡아 끌기에 충분했다. 아무렇게나 울퉁불퉁 쌓여져 있던 돌벽, 길바닥을 가득채웠던 돌길, 정갈하게 늘어선 가게들, 개성넘치는 가게 푯말들, 쓸쓸해 보였던 길거리의 벤치, 열쇠로 채워진 많은 사랑의 약속들... 모든 것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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