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의 향기를 듬뿍 담고 있는 마라케시 (MARRAKECH)로 향했다. 도로 양옆으로 보이는 붉은 빛의 땅이 마치 사막이고 나는 그 한가운데를 달리는 듯 했다.
그 길끝에 붉은 땅이 마치 건물로 변신한 듯한 도시가 보이기 시작했다. 마라케시였다. 진정한 모로코 여행이 시작되는 도시라는 그 곳은 모로코 중남부에 자리한 고대 도시이며, 9세기 베르베르인이 자신들의 수도로 건설했던 곳이다. 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잘 보존되어 있는 마라케시는 도시 전체가 마치 거대한 박물관 같았다.
한낮 마라케시의 햇볕은 무척이나 따가웠다. 차 에어컨이 무색할 정도였다. 다행히 숙소로 향하는 도로는 생각보다 잘 닦여 있었다. 헤매지 않고 찾은 숙소는 마치 아파트먼트 같은 건물이었다. 키를 건네받고 방에 들어섰다. 현대식 인테리어에 모든 게 갖춰져 있었고 이제 막 청소를 끝낸 듯 락스냄새가 풍겼다. 더운 날씨에 지친 몸을 잠시 거실 쇼파에 맡겼다.
늦은 오후인데도 아직 해가 쨍쨍했다. 날 더 어두워지기 전에 잠시 숙소 주위를 잠시 돌아보기로 했다. 온통 붉은 색 건물들로 가득했다. 동양인은 우리 외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지나가면 어디선가 낯선 시선들이 우리를 계속 따라왔다.
카페엔 온통 남자들 뿐, 여자들은 눈만 겨우 보이는 어두운 색 천을 두르고 지나다니고 있었다. 그 모습은 언제나 적응이 되지 않았다.
다음 날, 우리는 마라케시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제마알프나 광장' 를 과감히 포기하고 (그 곳의 충분히 예상되는 심한 번잡함과 집요한 시선들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메디나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마조렐 정원 (Jardin Majorelle)'으로 향했다. 붉은 도시와 사뭇 대조되는 공간으로 이국적인 푸른 건물과 한적한 정원이 조화를 이룬 공원이었다.
마조렐 공원으로 가는 길은 오전이라 그런지 꽤 한적하고 그늘은 선선했다. 가까워질수록 우리처럼 이곳을 향하는 여행자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공원 입장티켓을 줄을 서서 구입하고 들어가면 다양한 종의 나무와 선인장으로 가득한 열대 정원을 볼 수 있다. 그 길 옆을 천천히 걷고 있노라면 눈에는 푸르른 빛을 담고 코와 입으로 들어오는 신선한 공기에 머리가 맑아진다.
프랑스의 영향을 받은 모로코는 '자댕'이라고 불리는 정원이 도시마다 있고, 원래 오래 전 이곳을 만든 프랑스 화가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것이라 한다. 지금은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이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울창한 정원에 둘러싸인 파란색의 화려한 건축물도 볼 수 있는데 붉은 도시로 대변되는 마라케시 메디나와 다소 상반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건물 곳곳엔 아름다운 분수가, 정원 한쪽에는 이브 생 로랑을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이브 생 로랑에 대해 더 궁금하다면, 미조렐 정원 바깥에 있는 그의 박물관을 방문할 수도 있다.
마조렐 공원을 나오면 기념품을 파는 가게가 보인다. 유난히 강렬한 색감을 품고있는 다양한 상품들이 자연스레 우리를 이끌었다. 천장에 붙어있는 마라케시 풍경그림이 맨먼저 나의 눈낄을 끌었다. 그리 고급스러운 재질은 아니었음에도 돈을 지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도 그때 산 푸른색 양초는 잘 사용하고 있다.)
선물가게까지 들러 숙소로 돌아오는 길. 다음 날이면 다시 카사블랑카로 떠나 귀국을 해야했기에 창밖으로 마라케시 시내가 잘 보이는 식당 겸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강렬한 태양빛에 두 볼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창문을 통해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에,
시원한 오렌지쥬스 한 모금에,
도란도란 여행자들이 나누는 이야기소리에,
붉은 먼지 섞인 공기를 깊게 들이쉬고 내쉬는 숨에,
모로코여행 마지막 날을 기억하고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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