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여행, 온전히 낯선 상황과 마주하는 것
여행이 좋다/북유럽 (노르웨이&스웨덴)

[여행]4.오슬로에서 베르겐까지, 송네 피오르드(Sogne Fjord)여행_2편, 북유럽

by Conatus_bori 2020. 12. 18.

약 1시간 동안 산악열차를 타고 플롬 (Flam) 역에 도착했다. 여기서는 구드방겐까지 유람선을 타고 이동하게 된다. 플롬역을 둘러싸고 있는 우뚝 솟은 푸른 절벽이 조금 후면 보게 될 피오르드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올려놓기에 충분했다.

잠시 정차하고 있던 푸른색의 산악열차와 풍경이 묘하게 어우러져 보였다. 열차 색깔을 왜 푸른색으로 했는지 알 것도 같았다. 

우리를 태우고 갈 유람선이 항구에 미리 도착해 있었다. 2층으로 된 생각보다 큰 규모의 배였다. 실내뿐 아니라 층 별로 실외 좌석이 꽤 준비되어 있었다. 2층 실외 좌석은 이미 여행객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맘은 급했지만 그래도 오르기 전 인증샷을 남겼다.

가다가 추우면 실내로 좌석으로 옮기기로 하고 우리는 1층 실외 좌석으로 자리를 정했다. 자리가 하나 둘씩 채워지고 여행객들은 기대감에 찬 듯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드디어 뱃고동 소리와 함께 배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연히 배끝 어딘가 마치 이 배의 주인이라도 된 듯 갈매기 한 마리가 작은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한참을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한 컷 남겼다.

수백만 년이라는 우리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 세월이 빚어낸 송네 피오르드가 바로 눈앞에 펼쳐졌다. 하늘을 구름이 가린 탓인지 멀리 보이는 설산부터 가까이 보이는 푸른 절벽이 묵직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마치 유람선이 어떤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으로 다가가는 듯했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낼 때는 느끼지 못하다가 온전히 낯선 곳에서 거대한 대자연을 마주할 때서야 비로소 스스로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느껴질 때가 있다. 그리고 그 순간 그 장소에 내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되는데, 그곳이 그랬다. 

바람을 맞으며 넋을 잃고 바라보다보니 갑자기 찬 기운이 온몸에 전해졌다. 곧 구드방겐에 도착할 즈음 살짝 몸을 데우기 위해 실내로 들어왔다. 가족단위의 여행객들이 많았다. 우리 뒤쪽에 앉아 있던 귀여운 꼬마에게 살짝 장난도 걸어봤다. 그러다 보니 어느 새 'WELCOME TO GUDVANGEN)이라는 푯말이 보였다.

이 곳 구드방겐 (Gudvangen)에서는 다시 버스로 갈아타고 보스 (Voss)로 향할 것이었다. 배에서 내려 가장 먼저 눈에 띄 건 역시나 크고 작은 여러 폭포들이 흘러내리는 거대한 회색빛의 절벽들이었다. 걸음을 조금 옮기니 우리가 탈 보스행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지체없이 버스에 올랐다.

길을 나서고 얼마 가지 않아 깊은 계곡이 나타났다. 순간 빗방울인지 계곡물이 튀는 건지 모를 물방울들이 버스 앞 창문을 두드렸다. 차가 지나는 길은 버스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1차선이었다. 산을 둘러가며 건설되었는지 오르기도 하고 급한 경사로 고불고불 내려가기도 했다. 1시간 정도 이동하는 동안 수많은 깊은 계곡과 폭포를 원 없이 봤다.

마을 쪽에 다다르자 도로는 왕복 2차선이 되면서 우리 버스 앞으로 한 농부가 트랙터를 모는 모습이 보였다. 마치 우리를 마을로 안내해 주 듯 여유있게 나아가고 있었고 그 뒤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 새 도착해 있었다.

보스 (Voss)는 자연이 감싸고 있는 작은 마을이었다. 버스에서 내리면 뒤쪽으로 눈에 띄는 교회건물이 보이는데, 1277년에 지어지 보스 교회였다. 고대 양식의 석조 건물로 천장과 내부는 목조를 만들어졌고 16세기 이후 노르웨이 루터파 교회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마을 입구에는 뭐니 뭐니 해도 철길 앞에 있는 북유럽 대표적인 요정인 트롤 동상이다. 두 개의 큰 이빨을 드러내고 웃고 있는 모습이 짓궂다. 그 건너편엔 유유히 흐르는 강과 그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 설산이 가히 장관이었다.

이 투어의 마지막 종착역인 베르겐으로 갈 기차 시간까지는 1시간 넘는 여유시간이 있었기에 마을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갠 적으로 보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보스 기차역 건물이었다. 집 같아 보이기도 하는 하얀색의 클래식한 건물도 인상적이지만 승강장 쪽으로 나오면 VOSS라고 적힌 글귀와 그 아래 매달려 있는 작고 동그란 시계가 기차역 건물과 어우러져 유럽의 향기를 물씬 뿜어내고 있었다. 바로 옆 호텔 건물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여유를 즐기고 있는 사이 우리를 데려갈 베르겐행 열차가 들어왔다. 살짝 피곤해진 몸을 기차에 싣고 베르겐을 향해 떠났다. 하늘엔 아직 구름이 가득했다. 스르르 눈이 감겼다. 그리고 잠시 잠을 청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