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6시 40분, 보스 (Voss)에서 베르겐행 열차에 올라, 저녁 8시쯤 노르웨이 제2의 도시인 베르겐 (Bergen)에 도착했다. 둥근 철지붕이 마치 둠처럼 감싸고 있는 형태의 역 승강장을 수많은 여행객들의 행렬과 함께 빠져나왔다.
베르겐은 노르웨이 서남부 해안의 깊숙한 피오르드에 위치한 도시로, 오슬로에서는 약 400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지형적인 영향으로 일 년의 2/3 정도 비가 오는 곳이라는 데 다행히 우리가 머문 2박 3일 동안은 날이 너무나 좋았다. 12~13세기에는 노르웨이의 수도이기도 했다고 한다.
베르겐의 첫인상은 오슬로와는 사뭇 달랐다. 적당히 품고 있던 도시향기와 하나의 큰 박물관 같았던 오슬로와는 달리 베르겐은 소박하면서도 과거와 현재가 아주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는 도시였다. 저녁 8시가 넘는 시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태양은 눈부셨고, 거리의 푸른 나무들은 청명했으며, 거리는 너무나 깨끗했고, 건물들은 정갈했으며, 사람들은 여유로웠다.
도착 당일은 하루를 가득 채웠던 투어 일정에 지친 몸을 쉬게 해 주었다.
다음 날 아침, 언제나처럼 일찍 해가 떴다. 가장 먼저 청명한 하늘과 신선한 아침 공기가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지체 없이 나갈 채비를 하고 숙소를 나와 베르겐 중심가로 향했다. 가는 길에 건너편으로 브뤼겐 목조 건물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뒤로 보이는 푸른 나무들이 우거진 산들과 사이사이 들어서 있는 빨간 지붕의 하얀 건물들이 눈부신 햇살 아래에서 빛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배경 삼아 한 컷, 지나다 어느 호텔 앞 우아한 포즈의 동상을 재미 삼아흉내 내며 한 컷, 중심가로 향하는 길이 우리는 마냥 즐거웠다.
베르겐 중심가로 오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어시장 (Fisketorget, Fish Market)이었다. 3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항구도시인만큼 다양한 해산물을 비롯, 과일과 야채를 판매하고 있었다. 어시장 입구부터 비릿한 바다내음이 코를 자극했다. 상인들은 손님을 맞기 위한 준비로 분주했고 가게마다 신선한 해산물들이 가득 들어 차 있었다. 당장 먹어보고 싶었지만 저녁에 숙소 돌아오면서 구입하기로 하고 일단은 눈으로만 맛을 음미하며 지나쳤다.
어시장을 지나자 바로 관광안내소 건물이 보였다. 그동안 여행하면서 본 관광안내소 중 가장 세련된 건물이었다. 1층에 보이는 계단을 올라가면 안내소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외부에서 보이 듯 상당히 넓고 무척 깔끔했다. 관광객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와 자세한 관광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 우린 마치 미술관을 관람하듯 이곳저곳을 돌아봤다.
관광안내소를 나와 베르겐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플로이바넨 (Floibanen)으로 향했다. 플로이바넨은 일종의 케이블카 또는 푸니쿨라라고 할 수 있는데, 플로엔 산 정상으로 여행객들을 태우고 오르고 내린다. 약 8분 정도를 타고 올라가면 도착하고, 오르내릴 때 보이는 창 밖 풍경도 놓칠 수 없는 장관이다.
산 정상에 오르면 선선한 바람과 함께 베르겐 시내 전경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여행객들의 망설임없는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단연 핫스폿으로 보이는 장소에서는 여행객들이 몰려 있어 멋진 배경에 단독 사진은 어림도 없었지만 누구 하나 짜증 내는 사람은 없었다. 햇살 좋은 날, 파란 바다와 구름 그림자가 드리운 푸르른 산들로 둘러싸인 베르겐의 모습은 아직도 선명히 남아 있다.
플로엔 산 정상에서 베르겐 시내를 보고 나니 도시 구석구석이 더 궁금해졌다. 우선 베르겐의 핵심 명소로 알려진 브뤼겐 (Bryggen)으로 향했다.
베르겐은 과거 한자동맹 시기에 독일 상인들의 상업 중심지가 있던 곳으로 브뤼겐은 그중에서도 항구 지역에 늘어 선 형형색색의 목조 건물을 말한다.
한자동맹이란,
중앙 정부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던 교역의 중심 도시들이 만든 동맹으로 이를 통해 자유무역 보장과
그에 대한 규정을 마련했다고 한다. '한자동맹 박물관' 이 이 곳 브뤼겐에 위치해 있다.
현재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한 이 곳은 당시 무역거래를 위한 사무실로 이용이 되었고 건물 양식은 독일의 영향을 받아 지어졌다고 한다. (현재는 상업시설로 변경되어 기념품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브뤼겐은 보는 것만으로도 매력이 충만한 곳이었다.
오래 걸어 다리가 살짝 아파질 때쯤 마침 손님을 태우기 위해 정차해있던 기차모양의 관광차가 눈에 띄었다. 시티투어버스처럼 베르겐 시내를 이곳저곳 돌아준다고 했다. 몇 분 후에 운행을 시작한다기에 바로 올라탔다. 우리 앞쪽에 앉아있던 다정한 노부부 한쌍의 모습이 보였다. 괜히 흐뭇해져 몰래 (?) 한 컷 남겼다. 관광 시간은 1시간~1시간 반 정도 걸렸던 걸로 기억하는데 도시라는 생각보다는 어느 시골 마을을 돌아보는 듯했다.
돌아오는 길에 저녁 먹을거리를 사러 다시 어시장에 들렀다. 해산물 꼬치와 튀김 그리고 숙성시킨 고래고기를 구입했다. 내일이면 노르웨이를 떠나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갈 참이었다. 베르겐은 마음에 담고, 먹거리는 두 손엔 담아 숙소로 향했다. 노르웨이 마지막 밤의 아쉬움을 해산물 시식으로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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